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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열풍 - ③] 초라해 보이는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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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일고 있는 미국 드라마 열풍은 기본적으로 '미국 드라마의 힘'을 바탕으로 한다. 헛바람이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좋은 드라마의 덕목이랄 수 있는 선도(鮮度) 높은 소재, 박진감 넘치는 리얼리티, 치밀한 연출, 장대한 스케일 등 매력을 끌만한 요소를 미국 드라마는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미국 드라마의 '품질'에 견줘보면 우리 드라마는 초라해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자주 접한 팬들에게 국내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동네 수준'처럼 시시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드라마는 지금 심각한 한류(韓流) 부작용을 앓는 중이다. '세계를 향한 총체적 대반격'이라 일컬어지는 '한류'. 일시적이고 편중되지 않은 문화 전반에 걸친 현상인 만큼 각계는 한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특히 드라마는 '가을동화(2000년)', '겨울연가(2002년)' 등을 통해 한류 열풍을 앞서 이끌어 온 주역이다. 그 결과 송승헌, 송혜교를 비롯해 배용준, 최지우 등 움직이는 수출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범아시아적인 한류 열풍의 든든한 주춧돌이 드라마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첫사랑의 신선함과 첫 키스의 전율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법일까. 한국 드라마가 진부하고 소재가 틀에 박히고 천편일률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어 '드라마 한류'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주춧돌이 흔들리자 한류 전체에 대한 재조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드라마의 재미를 접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이다. 소재는 돈, 사랑, 불륜 등 틀에 박혔고 거기서 거기인 캐스팅은 별다른 매력이나 변별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선에서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장금'을 비롯해 '상도', '허준', '서동요'까지 인기 사극을 연출한 바 있는 이병훈 PD(62)와 현재 '무적의 낙하산요원'을 연출 중인 이용석 PD(37) 등 두 명의 현역 PD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 보자.

◆소재를 다양하게 할 순 없는 건가?

우리 드라마의 소재는 돈, 사랑, 불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불치병, 재벌 2세 정도로 좁혀진다. 이 범주 외에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신데렐라적인 비현실적인 삶은 물론, 직업이 필요없는 주인공의 설정 등에 시청자들은 식상할대로 식상해 있다.

이병훈 PD는 "직업의 특수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오직 사랑이야기만 있다"며 "다양함의 결여는 분명 약점"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드라마의 강점은 시트콤, 수사물, 의학물 등 장르의 다양함이라고 이병훈 PD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 PD는 "다양함 없는 사랑이야기는 병폐인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강점"이라는 입장이다. 사랑은 불멸의 테마이며 한국 드라마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미국 드라마는 부제로 사랑을 다룬다는 점이 차이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작가들이 스토리의 중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의 소재가 일종의 유행처럼 만연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용석 PD는 자신의 블로그(http://yongpd.egloos.com)를 통해 "상대적으로 경쟁 방송사가 많은 미국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30대부터 50대 수도권 주부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지적 수준으로 드라마를 90% 이상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일반 여성들이 가볍게 시청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전문적인 설명을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제작관행이 다른 건가?

미국 드라마가 탄탄한 사전기획과 사전제작을 거치는 것에 반해 우리 드라마는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닐까? 이것도 돈의 문제일까?

이병훈 PD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라고 운을 뗀 뒤 "방송사는 편당 제작비를 평균 1억~1억5천만원 정도로 정해놓고 있고 대부분 외주제작에 의존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몇년 동안 제자리 걸음인 광고단가 때문이다.

외주제작사는 협찬없이는 무조건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사전제작은 더욱 상상하기 힘들다. 정교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재촬영이 불가피하고 그러다 보니 촉박하게 방송해야 하는 졸속 제작 행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작가들이나 방송 관계자들도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에 깊게 젖어 있다. 이젠 익숙해졌다. 오히려 사전제작이 더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병훈 PD는 "미국 드라마도 최근 허겁지겁 졸속제작 행태가 보인다"며 "'로스트'도 그렇고 '프리즌 브레이크', '24시' 등도 제작할 때는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정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늘리기, 벼락 대본 등의 병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이용석 PD도 자신의 블로그(http://yongpd.egloos.com)를 통해 "충분한 준비와 검증의 여유가 없다"는 점을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1주일에 한 회 방송하는 미국 드라마는 편당 2주일 정도의 충분한 촬영기간과 비교가 힘들다.

◆한류는 이어지겠는가?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었지만 지금 각국으로부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드라마가 한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이병훈 PD는 "이런 식이면 그렇게 될 것"이라며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출연료 증가에 따른 수출가 폭등이 문제"라고 밝혔다.

한류로 인해 얻은 수익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데 우선 원인이 있다. 일부 스타급들의 출연료가 편당 2천만~3천만 원대로 급등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중견급들도 덩달아 두 배 이상이나 올랐다. 자연히 한정된 제작비에서 이 몫을 빼게 되면 나머지 출연자들에게 돌아가는 출연료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빈익빈 부익부다.

결국 적은 출연자로 이야기를 이끌다 보니 드라마가 단조롭고 부실하게 변했다. 한자리 시청률 드라마가 증가했듯 재미도 반감됐다. 치열하고 빠르며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미국 드라마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1997~98년에는 10부작 단위로 방영하는 중국 방송시장을 겨냥, 8부작으로 제작되던 국내 드라마를 10부작으로 늘리는 현상이 생겨났다. 현재 16부작으로 끝나면 실패, 20부작이면 성공, 24부작이면 특별기획으로 취급되는 관행은 여기서 비롯됐다.

한편, 이용석 PD는 "인기 있는 일부 미국 드라마로 미국 드라마 전체를 평가해선 안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미국 드라마는 현지에서도 검증받은 우수작들"이라며 "미국 드라마 중에는 우리처럼 낮은 제작 수준 때문에 단명한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강필주기자 letmeout@i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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