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배우들은 진짜 천재같다. 순간적인 대사 암기력과 순발력이 대단하다, 만약 연기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 배우들이 1등을 할 것이다"
배우 류진이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에 일침을 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SBS '서동요'에서 사택기루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류진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엘리제홀에서 열린 종방연에서 "총 55부를 연기하는 동안 군대를 한번 더 다녀온 기분"이라며 "오히려 데뷔하던 당시가 현장 상황은 열악하더라도 연기하기는 더 편했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상당수의 드라마가 하루하루 '쪽대본'을 보며 촬영하는 것은 물론 '생방송'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등장할 정도로 방송 직전까지 연일 밤샘촬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화공주 역을 맡았던 이보영이 "이틀에서 사흘 정도 머리도 못 감고 화장도 못 지운 채로 계속 촬영만 한 적이 있다. 초인적인 힘으로 버텼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류진은 "시청자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르시겠지만 연기자들끼리는 누구나 이해할 것"이라면서 "배우들이 그런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자꾸 연기를 해내니까 계속해서 그런 여건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우리나라 드라마 배우들은 진짜 천재같다. 순간적인 대사 암기력과 그 때 그 때의 순발력이 대단하다"면서 "연기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나라 배우들이 1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서동 역을 맡은 조현재가 특히 대사가 많아 고생을 많이 했다"며 "우리 대본은 회당 무려 200페이지에 달해 우리끼리 '전과'라고 불렀다. 예전에 84부작 할 때 쌓아놓은 대본 높이보다 '서동요' 55회 대본의 높이가 더 높았다"고 뒷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류진은 여러 연기자들, 스태프들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만들어온 '서동요'에 대해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촬영했고 마지막까지 죽을 힘을 다했다. 나 스스로에게는 미련이 없다"면서 "도중에 사택기루가 갑자기 악역으로 바뀌어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8개월 동안 월화드라마 최강자 자리를 고수해온 '서동요'는 21일 25.0%(TNS미디어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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