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러닝타임 내내 꿈과 소원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니 식상하고, 재미도 없다. 게다가 캐릭터까지 무매력이라니. 어디 하나 마음 붙일 곳 없는 '위시'다.
영화 '위시'(크리스 벅, 폰 비라선손)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에 사는 당찬 소녀 아샤가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별'과 함께 절대적 힘을 가진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면서,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디즈니 100주년 기념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아샤는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에서 사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다. 로사스를 이끄는 매그니피코 왕은 스스로 터득한 마법의 힘을 지닌 지배자로, 로사스의 모든 이들에게 큰 존경과 지지를 받고 있다. 매그니피코 왕은 백성들이 자신에게 맡긴 소원을 한 달에 한 번 소원성취식을 통해 이뤄주곤 했다.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로사스에 도움이 되고 싶은 아샤는 매그니피코 왕의 견습생이 될 기회를 얻어 면접을 보러 간다. 하지만 왕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아샤는 하늘에서 내려온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특별한 별, 별의 힘으로 말을 하게 된 염소 친구 발렌티노와 함께 진심 어린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매그니피코 왕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아샤와 친구들을 위협한다.
'위시'는 '겨울왕국' 시리즈 제작진의 참여와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처럼 '위시' 역시 용감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위시'는 제목처럼 누구나 간직한 꿈, 소원에 대한 주제를 명확히 담아내 희망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작진들은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작품인 만큼 아샤 캐릭터에 '백설공주'부터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까지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아름다운 선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출중한 외모와 절대적 힘을 가진 로사스 왕국의 통치자 매그니피코 왕을 구축하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 그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강력한 빌런 캐릭터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뚜껑을 연 '위시'는 식상함 그 자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전형적이고 매력 없는 캐릭터와 밋밋한 이야기다. 빈약하고 힘없이 계속 주저앉는 서사는 지루하고, 뻔하디뻔한 선악 구조 탓에 아샤가 위기를 극복하고 악을 무찌르는 과정 역시 특별함이 없다. 뼈대가 약하니 캐릭터가 돋보일 리 없다. 그나마 '별'이 보여주는 마법이나 귀여운 매력이 짧게나마 미소를 짓게 할 뿐이다.
물론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누구나 큰 꿈을 꿀 수 있고, 이 소원을 계속 빌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희망을 전한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삶 속에 행복이 깃든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분명 동심을 자극하고 '나에게도 꿈이 있었지', '내 꿈은 무엇일까'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소박해 보이지만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아샤 할아버지의 소원은 마치 디즈니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디즈니가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꿈과 소원을 대사로 강조하는 '위시'는 '과유불급' 그 자체다. 좋은 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관객이 생각할 틈 없이 주입식 교육을 하듯 가르치기만 하니 보는 내내 한숨이 나온다.
극 자체는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디즈니 팬이라면 '위시'를 통해 100주년의 의미를 찾는 재미는 있다. 엔딩 크레딧에는 별이 만들어낸 역대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반가움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긴다. '라이언킹', '인어공주', '밤비', '푸우' 등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반가운 캐릭터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표현이 돼 눈을 즐겁게 한다.
1월 3일 개봉. 러닝타임 95분. 전체 관람가. 쿠키영상 있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