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너와 나'가 하고 싶은 말, 결국 '사랑'이다.
'너와 나'(감독 조현철)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로 큰 주목을 받은 배우 조현철이 내놓은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을 꾼다. 잠에서 깬 세미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 하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은은 사고를 당해 발에 깁스한 상태로, 수학여행도 갈 수 없게 됐다. 이에 세미는 하은에게 수학여행을 같이 가자고 조른다. 그리고 두 사람의 너무나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진다. 눈을 마주 보고 손을 맞잡고, 장난을 치는 순간순간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참 말갛고 귀여운 소녀들은 함께 있기에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두 사람은 자꾸만 어긋난다. 세미는 손에 잡히지 않고, 속내도 잘 모르겠는 하은에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한다. 하은이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고, 나와 가장 친했으면 좋겠는 마음. 하지만 하은은 자신과 다른 마음인 것 같아서 서운하다. 그렇게 오해가 쌓이고, 다시 화해하는 두 사람의 하루가 '너와 나' 속에 가득 펼쳐진다.
흐릿한 화면 속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굉장히 현실적으로 두 주인공을 비춘다. 여고생들의 대화는 무척이나 일상적이고 섬세하다. 세미와 하은이 함께 장난치고 오해하고 서운함을 느끼고 화해하는 과정만 놓고 보면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 하다. 조현철 감독은 여고생의 감성을 담고자 영화과 입시학원 특강에 나가 아이들을 관찰하거나 브이로그를 보면서 취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현철 감독은 리딩부터 박혜수, 김시은의 대사를 풀로 촬영하고 좋은 것을 선택해서 다시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쳐 본 촬영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박혜수와 김시은은 온전히 여고생 세미와 하은이 되어 진하게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너와 나'는 죽음, 여고생, 수학여행, 안산 등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해당 사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실제 경험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생겼다는 조현철 감독은 세미와 하은, 그리고 그 주변의 존재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느끼게 한다. 거울 옆 나비, 죽은 새를 보듬는 손, 물에서 건져 올린 공룡 등 조현철 감독의 세심한 '사랑'의 표현이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죽음과 삶 속 결국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 참 예쁘고 따뜻하고 슬프기까지 해서 끝내 눈물이 난다.
배우들의 호연도 빛났다. 박혜수와 김시은은 조현철 감독의 믿음과 애정 속 활짝 꽃을 피웠다. 하은의 마음이 알고 싶어서 화를 내고 감정을 토해내는 세미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많은 것을 나누고 싶고, 그 상대에게도 내가 최우선이 되고 싶은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음일 테다. 박혜수는 이런 세미의 불안정하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감정을 풋풋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김시은 역시 하은 그 자체가 되어 관객의 마음을 꽉 붙든다. 하은이 혼자 버스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너와 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조현철 감독과 절친 사이인 배우 박정민은 특별출연이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등장하는 순간 너무 찰떡 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엔딩엔 "사랑해"가 가득하다.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로 전하는 "사랑해"는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 위로를 건네고, 조금은 나아질 세상을 향한 희망까지 되새기게 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을 수 없고, 또 잊으면 안 되는 그날을 떠올리며.
10월 25일 개봉. 러닝타임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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