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예측 불가 전개부터 저마다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의 향연까지, '유니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걸작, '거미집'이다.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꿈과 예술 모두가 검열의 밑에 깔려 있던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것이라 믿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촬영을 반대하는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줄곧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에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결심한다. 하지만 대본이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 분)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에 김열은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해 자기편으로 만든다.
그리고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 유림(정수정) 등 배우들을 모두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한다. 하지만 일정이 꼬인 배우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출장 갔던 백 회장과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김열을 비롯해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자신이 가진 욕망을 위해 움직이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열은 걸작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과 집착으로 모두의 반대에도 촬영을 강행한다. 사랑이 넘치는 강호세는 계속해서 한유림을 챙기고, 드라마 촬영과 겹친 한유림은 “힘들다”는 말을 반복한다. 김열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신미도 역시 어떻게든 걸작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방해자를 차단하고 한유림과는 계속해서 대립한다.
그야말로 캐릭터 열전이다. 영화 속 '거미집'에 출연하는 보조 출연자까지도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누구 하나 빼놓을 사람 없이 제 몫을 다해내며 탄탄한 앙상블을 만든다. 그렇다 보니 대사 하나, 장면 하나 허투루 볼 것이 없다. 어딘가 허술하고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 만나 완성한 티키타카는 유쾌하고, 예상 불가의 상황들은 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한다. 깔깔거리고 웃다 보면 어느새 '거미집' 속에 빠져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정도로 몰입도가 강한 영화라는 의미다.
이는 배우들의 막강한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배우들의 코믹 앙상블이 터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송강호부터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더해지는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시너지는 강력하다. 존재만으로도 압도적인 송강호의 진지해서 더 웃긴 현실 연기를 비롯해 임수정과 오정세, 정수정은 70년대 연기 톤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거미집'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오정세와 정수정의 특별한 관계성이 가져온 '웃픈' 상황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정수정은 선배들 사이 전혀 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전여빈은 어찌보면 순수하고, 어찌보면 거침없고 무모한 캐릭터를 탁월하게 연기해내 웃음을 안겨준다. 코믹 연기도 맛깔스럽게 잘하는 전여빈의 후반 활약상도 놓치면 후회할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카리스마를 내뿜는 장영남의 연기 내공은 놀랍다.
전개는 다이내믹하다. 그렇기 때문에 러닝타임 132분 속 무슨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과 집념으로 완성해낸 영화 속 영화 '거미집' 이야기 역시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다. 기괴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재미있다', '새롭다'로 귀결된다. 이토록 신선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반갑고 고마운 '거미집'이다.
9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13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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