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짧은 분량이었지만 등장하는 내내 짙은 인상을 남겼던 디즈니+ '무빙'에 이어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 언년이로 인생 캐릭터를 제대로 쓴 배우 이호정은 시즌2에 대한 질문에 "저도 기다리고 있고, 불러주시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특히 '도적: 칼의 소리'는 시즌2에서 풀어내야 할 서사가 너무 많기에 배우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즌2 제작을 희망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이 작품을 위해 쏟아낸 열정과 노력, 그리고 애정이 자리 잡고 있다. 좋은 작품을 위해 똘똘 뭉쳐 서로를 독려하고 힘이 되어주기 위해 애썼던 시간 역시 특별했다. 그중에서도 이호정은 이름만으로도 무겁게 다가왔다는 김남길 덕분에 액션뿐만 아니라 케미가 잘 살아날 수 있었다며, 듬직함과 발랄함을 동시에 보여준 김남길에게 연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배우로서 더 잘하고 싶다는, 강단 있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연출 황준혁 박현석, 극본 한정훈)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김남길과 서현, 이현욱, 유재명, 이호정, 김도윤, 이재균, 차청화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이호정은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하는 총잡이 언년이 역을 맡아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 열연뿐만 아니라 메마른 얼굴, 담담한 어투로 언년이의 고단한 삶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이윤(김남길 분)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후반 함께 힘을 모아 싸우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대선배 김남길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이호정만의 매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모델 출신인 이호정은 그간 '청년경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인질', '알고있지만,'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그리고 언년이가 되기 위해 무려 1년 6개월 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도적: 칼의 소리'의 최대 수혜자라는 극찬까지 얻고 있는 이호정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언년이를 향한 애정, 김남길과의 호흡, 시즌2에 대한 바람, 배우로서의 목표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언년이는 극 중에서 생존에 가장 민감한 캐릭터다 보니 만나는 인물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반응한다. 그런 변화 지점을 어떻게 잡아갔나.
"캐릭터 한 명 한 명 다 다르게 설정했다. 언년이에게 이윤, 충수(유재명 분), 희신(서현 분), 광일(이현욱 분)에 대한 마음을 다 다르게 심어놓고 시작했다. 언년이는 충수 아저씨와 얽힌 진실을 모른다. 충수 아저씨는 언년이에게 처음으로 손 내밀어주고 진심으로 다가와 준 분이다. 하지만 언년이는 이용만 하고 도망간다. 냉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엄청나게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 표현 못 해서 틱틱거린다. 광일이는 진짜 싫은데 돈 주는 사람이니까 시키는 걸 해야 한다. 언년이 잘못도 있다. 사실, 언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이윤이 자기가 죽겠다고 하고 안 죽은 거니까 난처해진 상황이다. 너무 죽이고 싶은데 그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마치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다. 희신에게는 마음이 갔다. 처음엔 경계했는데, 뒤에서 언년이를 빼주기도 하고, 옆에서 잡히는 걸 다 보고 있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마음이 가더라. 이윤은 처음엔 일 이상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알고 보니 비슷한 환경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언년이는 완전히 묻고 살고 싶어 하는데 이윤은 안고 살아가는 걸 보며 마음이 움직인다."
- 언년이는 생존을 위해 살아왔지만, 혼자였기에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그런 언년이의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준 이가 충수라 생각했는데, 비밀이 나오면서 참 잔인하다 싶었다. 언년이의 서사가 굉장히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기한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봤나.
"저는 언년이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나오는 캐릭터가 다 엄청난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연기해서 그런지 몰라도 언년이가 시대적 상황을 잘 대변하는 친구인 것 같다. 직업 빼고는 아픔을 가지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 시대의 사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친구에게 충수가 처음으로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준 거다. 그래서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 메이크업도 그렇고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스타일은 어떻게 접근했나.
"언년이는 옷 두 벌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의상팀이 열심히 일을 해줬다. 분장 같은 경우엔 일 특성상 야외에서 일을 많이 해서 얼굴이 까말 것 같다는 생각에 톤 다운을 했다. 뭐가 더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너무 과해지더라. 그래서 계속 덜어내다 보니 날 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나 싶다. 초반 설정은 내내 중절모를 쓰고 나온다. 머리도 더 하고, 메이크업도 더 할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테스트했을 때 너무 과하더라. 많이 덜어냈다."
- 이번에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남길 선배님이 액션 잘하는 건 누구나 잘 안다. 촬영 현장에서 보는데 큰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재미있었다. 많이 배웠다. 남길 선배님도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유재명 선배님은 모닥불 앞에서 하는 신에서 계속 여쭤봤다. '이렇게 하면 과할 것 같은데, 담담하게 투정 부리듯 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하니 '이건 괜찮은 것 같다'라며 의견을 내주셨다. 저는 질문을 많이 했다."
- 김남길 배우의 첫인상은 어땠나. 또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
"아무래도 포스가 있었다. 김남길이니까.(웃음) 그 이름 자체가 무겁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이렇게 많은 신을 같이 소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케미가 잘 살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배님은 정말 발랄한 분이고 친절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 분이라 스스럼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정말 너무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저는 선배님처럼 큰 그림을 보진 못하지만, 서로 대사 톤에 대한 얘기를 했다. 저는 일부러 튀는 톤을 썼는데, 선배님은 목소리도 너무 좋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케미가 더 잘 나올 수 있을지를 더 생각했다."
- 김남길 배우가 워낙 유쾌한 성격이고 말도 정말 많은 걸로도 유명한데, 앞서 말한 '발랄함'을 느낀 부분은 어떤 지점인가.
"장난기도 많으시고, 잘 맞춰주신다. 제가 나이가 훨씬 어리다 보니 '괜찮아' 하면서 잘 받아주는 느낌이 있다. 또 저보다 텐션이 높아서 발랄하다고 느꼈다."
- 나이 차가 좀 나는 편인데 개그 코드는 잘 맞았나.
"선배님이 워낙 개그를 많이 던지시는데, 타율이 항상 높을 수는 없으니까.(웃음) 선배님이 장난을 치면 같이 받아치고 했던 것 같다."
- 지난 26일에는 라이브 방송도 하면서 김남길, 서현, 이현욱 배우와 오랜만에 모이기도 했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
"'도적' 공개 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다 각자의 감상평을 좀 나눴다. '광일이 참 비열하더라'라는 말을 했다. 저는 광일이가 제일 재미있었다. 너무 신선했다. 지질한 매력이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 이윤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잘 표현이 됐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도 지질한 느낌이 있다 보니 '너무 재미있게 봤다'라고 했다. 저는 '지질함이 잘 표현이 되어 잘 봤다'라고 했는데 남길 선배님은 엄청나게 놀리시더라. 그러면 현욱 선배님은 '엄마에게 이른다'라고 하시더라.(웃음) 라이브 방송 때도 광일이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 김남길 배우가 시즌2를 바란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만약 시즌2를 가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담기길 바라나.
"저도 시즌2 바라고 있다. '도적' 배우들도 다 바랄 거다. 또 상상력을 자아내는 열린 결말이라 저도 궁금하다. 언년이가 마음이 녹았을 것 같다. 마음이 풀린 언년이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어색해할지 쑥스러워할지. 충수 아저씨와의 사건을 알았을 때 충수 아저씨를 어떻게 할지도 궁금하다. 이윤도 마찬가지다. 언년이 입장에서는 이윤에게 마음이 움직였을 것 같은데, 이성일지 동료애, 동지애일지 그 방향성도 궁금하다. 언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너무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언년이에겐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이윤이 멋있을 거다."
- 치열하게 촬영한 '도적'이 공개된 후 만족도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언년이라는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정말이다.(웃음) 신나서 촬영을 시작했다. 물론 할 것도 많았지만 그것조차도 저에겐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로 다가왔다. 시청자들이 언년이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계속 있었다."
- 모델로 시작해 이제는 배우로 좋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본인이 그리는 배우 청사진이 있나?
"제가 연기를 시작한 지 좀 됐더라. 기간으로 보면 모델보다 배우를 한 기간이 좀 더 오래됐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옛날에는 엄청 거창한 꿈이 있었다. 모두 다 하나씩 품고 살지 않나. 일하면 할수록 정답이 없는 직업이고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도 없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하다 보니까 그냥 하나하나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정말 운이 좋게 '도적'에서 너무 좋은 캐릭터를 만날 기회도 생겼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믿어주신 만큼 잘 해내고 싶다. 거창한 꿈이라고 하면 할리우드 진출 비슷한 것이 있었다. 지금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한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찐악역을 해보고 싶다. 앞도 뒤도 없고 동정할 수도 없고 연민조차 없는 악역을 하고 싶다. 액션도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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