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믿고 보는 액션 장인'이다. 배우 김남길이 총기 액션은 물론이고 맨몸 액션, 와이어 액션, 말을 타며 총을 쏘는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서 있기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외형은 기본이고, 죄책감에 아파하고 고향처럼 마음에 품은 사랑에 애절함을 토해내는 등 감정 열연까지 부족함이 없다. 김남길의 무한 매력이 폭발하는 '도적: 칼의 소리'다.
지난 22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연출 황준혁 박현석, 극본 한정훈)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김남길은 노비에서 일본군으로, 그리고 도적단의 리더로 거듭난 이윤 역을 맡아 서현, 이현욱, 유재명, 이호정, 김도윤, 이재균, 차청화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지난 과오에 고통 받으며 힘겨워 했던 이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도적이 됐고, 독립군은 아니지만 의로운 일을 행하며 더욱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김남길은 다양한 액션과 깊이가 다른 감정 열연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다시 한번 '믿보배' 저력을 입증했다. 이에 김남길은 26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도적: 칼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 액션을 위한 노력과 만족도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OTT 시리즈로 전 세계에 공개됐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어떠한가.
"저는 우리나라 반응이 제일 궁금하고 중요한데 시대적인 배경이나 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이런 역사적인 사건,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었을 때 어떤 관점으로 볼지 궁금하다. 유럽 전쟁이나 땅따먹기하는 사건을 담은 영화들이 많지 않나. 그걸 흥미롭게 보기도 했고, 역사적으로 찾아보는 기회가 생기다 보니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증은 있는 것 같다."
- 항일이라는 소재도 있지만, 작품 선택을 하게끔 마음을 뒤흔들게 한 결정적인 끌림이 무엇인가.
"넷플릭스다.(웃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에선 일본군과 독립군의 싸움은 이분법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도적'은 빌런이 명확하지 않다. 친일파 광일(이현욱 분)이가 넘어올 수도 있고, 언년이(이호정 분)도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기회주의자다. 글로벌 OTT의 장점은 1920년대의 매력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하는 기대감인 것 같다. 세 나라의 문화가 모일 수 있고, 문화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다. 이윤이 독립군이 아니라는 것도 매력이다. 가족을 지키면 도적이고, 나라를 위해 싸우면 독립군이라고 하는데, 그런 세상을 만든 것도 미안하고 그런 세상과 싸우게 만든 것도 미안한 거다. 그 안의 사람 중에는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이 없다. 이윤이 독립군을 꼭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애국을 하고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밀접한 캐릭터인 것 같다."
- 장총 액션을 보면서 정우성의 '놈놈놈'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정우성 배우를 향한 존경심을 '도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냐.
"하하하. 우성이 형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선배님들은 다 존경스럽다. 이젠 우리가 그걸 하면서 같이 잘 먹고 잘 사면 좋겠는데(웃음). 분명 편한 길이 있는데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그런 도전을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연출하고 싶어 한 것도 응원한다. 서부 웨스턴 무비를 보면 윈체스터를 돌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처음엔 왜 그렇게 하나 했는데 스타일리시함이 극대화된다. 우성이 형도 그런 색을 발전시켜 말을 타면서 하는 걸 가져가지 않았나 싶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오마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다. 장전하는데 돌리는 것이 빠지지 않더라. 우성이 형만큼은 아니다. 저는 말을 타고 한 번 돌리는 데 쉬운 것이 아니더라. 대단하다 싶었다."
- 총을 내 몸같이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연습을 했다고 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
"눈 뜨면 돌리고 자기 전에 돌리고를 반복했다. 제주도에서 '아일랜드' 촬영을 할 때였는데, '아일랜드' 팀에겐 미안하지만 칼로 액션하는 건 다 익혔으니까 눈 뜨면 돌리고 차에서도 가지고 가서 돌리고 자기 전에도 돌렸다. 손가락을 감각을 위해 촬영 2~3개월 전부터 하루도 안 빼놓고 돌렸다. 거실에서 늘 돌리다 보니 어머니가 '어지럽다'라고 뭐라고 하시기도 했다. 앞뒤로 돌리고 나니 다른 영상에선 옆으로 돌리더라. 진짜 짜증 난다.(웃음) 그래서 앞뒤 옆 다 연습했다. 따라가고 싶었고 '너희만 하는 거 아니다, 우리도 손가락 길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총이 무겁다 보니 힘이 있어야 하고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액션도 화려했지만 감정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를 위해 노력한 부분은?
"단순하게 응징을 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먼저 뛰어나가기보다 살기 위해 방어적인 면이 강하다. 치열함, 처절함을 많이 넣었고, 동작이 안 담겨도 크게 휘둘러서 전체적인 액션이 보일 수 있도록 감정적인 것을 많이 넣었다. 합을 하다가 엉킬 때가 있는데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액션처럼 보이니까 합을 하나, 둘, 셋 하지 말자고 했다. 때리거나 찌를 때도 감정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저는 늘 액션을 할 때 처절하게 하는 편이라 불쌍해서(웃음) 사람들이 응원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액션할 때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워낙 액션을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이고 늘 극찬을 받는데, 그럼에도 '도적'에서 힘들었다고 하는 액션은 무엇인가.
"대전투가 힘들었다. 제가 혼자 하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들겠는데, 다 같이 할 때는 자칫 잘못하면 혼자만 강렬해 보일 수 있다. 무술 감독님과 '이윤이 저 정도로 싸울 수 있으면 도적들이 왜 나오냐'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액션은 밸런스가 중요했다. 이윤이 화려하게, 혹은 강렬한 느낌을 주면 그 이후 도적들은 더 세야 하거나 잘 안 보일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액션팀들이 리액션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혼자 그림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많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선 빠져있어야 한다. 저도 액션을 하다 보면 '그래, 이것은 내가 이렇게!'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신은 '느그들이 해'라고 한다."
- 계속해서 대립하고 부딪히던 언년이와 후반 같이 마음 맞춰 싸우는 그림, 호흡도 재미있었다.
- "이윤과 언년이가 가지고 있던 감정은 애증이다. 후반에 '서로 잘하는 거 하자' 하면서도 서로 총이나 칼을 잘못 쏘고 던졌을 때 미안하다고 하는 식의 콘셉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코믹적으로 가면 밸런스가 안 맞으니까 좀 신선하게 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도적들의 연장선으로 티키타카를 보여주면 좋긴 한데, 아무래도 언년이까지 그렇게 보여주면 반복적인 느낌이 있다 보니 둘의 관계를 그렇게 잡았다."
- 윈체스터가 무게가 꽤 나가는 걸로 아는데 어땠나.
"무겁다. 윈체스터 총 무게는 보통 3kg 정도인데 체감상 15~20kg 정도로 느꼈다. 몇 번 돌리다 겨눴을 때 조금만 있으면 팔이 슬슬 내려간다. 예전엔 스태프들이 받쳐주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무거워서 손이 떨리는 것도 보이실 거다. 하지만 힘으로 돌리면 손이 나간다. 돌리는 걸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지긴 하는데, 가벼운 거로 하면 그렇게 안 돈다.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돌리는 거라서 무거워야 잘 돌아온다. 총 돌릴 때 스태프들이 다 구경하는데, 그러다 떨어뜨리면 화들짝 놀라서 물러나곤 했다."
- 예전에 '존 윅' 같은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총기 액션을 하다 보니 'K-존 윅'이라고도 하는데 만족하나?
"만족 못한다. '존 윅'은 자동소총이다. 요즘 총은 자동으로 연사가 된다. 이걸 처음 할 때 어색했던 건 수동이고 총알 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총알을 하나하나 넣어야 했다. 한 발 장전해서 쏘고 한다. 액션을 할 때 유니크함이 있긴 한데 '존 윅'의 스타일리시함과 비교하면 스피드가 떨어진다. '존 윅' 같은 걸 하고 싶다고 기사를 써주시길 바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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