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로서 자신의 몫을 200% 해내는 연기는 물론이고 말하는 것도 똑부러진다. 자신의 생각과 배우로서의 소신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동시에 위트까지 겸비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가득 묻어난다. 이것이 배우 천우희가 '호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 이나미(천우희 분)가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지난 달 공개 즉시 국내는 물론이고, 무려 34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비영어) 부문 톱10에 등극하는 등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천우희는 스타트업 회사 마케터 이나미 역을 맡아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부터 범죄의 피해자가 돼 마주하게 되는 혼란스러움을 섬세한 연기 내공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인물의 서사를 농도 짙게 그려내 '역시 천우희'라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카메라에 담기는 눈동자의 떨림까지 연기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에 천우희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속 나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배우로서 신뢰도를 쌓아가기 위한 노력 등을 전했다.
- '스마트폰' 오픈 후 글로벌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런 반응에 대한 예상을 했나. 특히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반응이 좋은 것에 대해선 기분이 좋다. 모든 작품마다 많은 대중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오락성이 있기도 하고,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라 접근성이 높다. 친근하게 생각하시고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다. 특히 아시아는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것이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고, 그렇기에 공포감이 크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에 관련된 것이 많이 나왔지만 다른 식으로 풀어가는 구도도 재미있었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반전이 한 몫을 했다.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가 있지만, 세 사람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삼각형을 유지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물 역시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나약해보이지만 강인하고, 극단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입체적으로 한 번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었다."
- 나미는 굉장히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 부분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을 것 같다.
"초반에는 무방비하게 당하고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해자를 알게 된 후 각성하고 일을 해결하려 한다.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수면 위로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독립적인 모습이 요즘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제 모습 역시 녹여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 극한의 상황으로 갈수록 관객들이 이입하게 되는 힘과 얼굴이 천우희에게 존재한다. 이번 나미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점에 집중을 했나.
"서사가 있는 얼굴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웃음) 설득력이었다. 연기적인 것도 있지만 평범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아주 보편적인 인물인 것 같지만 관객들이 봈을 때 나이기도 하면서, 주변에 있는 내 친구 같은 친근함을 표현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길로 새면 길을 잃는다. 작품 전체 조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안내자로서 잘해야 한다는 것이 내 몫이었다. 감정적인 부분이 크다 보니까 최대한 이 사람이 친근하게 보일 수 있는 건 무얼지 생각했고 생활감, 친근함을 보이려면 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명랑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가 뒷 부분엔 극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최대한 극한으로 가져가는 집중도와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 실제 스마트폰 의존도는 어느 정도인가.
"의존도 높다. 활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편리하게 또 용이하게 쓰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자기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는 서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낯설다. 연기자이기 때문에 연기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우선인데 대중들은 개인의 삶을 보고싶어한다. 화려하게 꾸며진 이면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런 노출에 대한 어색함이 있다. 제 일상이 드라마틱하거나 재미있으면 공유를 할 것 같은데 저는 거의 집에 있기 때문에 그걸 공유해서 어쩌나. 셀카라도 보여달라는데 그 모습은 도저히 보여줄 수 없다. (웃음) 소통의 창구 정도로 쓰고 싶다."
- 극 중 가장 무서웠거나 소름끼친다 싶었던 부분은?
"본인이 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 본인이 한 것처럼 되어 있던 것이 제일 무서웠다.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것을 원하는 분들은 없다. 그런데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 말이 와전이 되어 오해가 되고, 소속감을 가진 집단에서 매장되는 건 굉장히 끔찍한 일이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 친구가 되고 또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고리를 끊어버리면 혼자 동떨어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섬뜩하다."
- 혹시 실제로 해킹을 당하거나 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
"휴대폰 접근 시도를 하고 있다는 알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 메일 주소를 아예 없앴다. 불쾌하고 무섭더라. 메일 안에 중요한 정보는 없지만 모든 신상이 다 털릴 수 있지 않나. 내가 어디까지 활용을 하면서 휴대폰을 써야 하는지 고민이 생기더라. 철저하게 비번을 바꿨다가 못 쓰는 메일도 있고, 아직도 비번을 못 찾고 있다. 내가 맞는데 아니라고 하더라.(웃음)"
- '스마트폰' 공개 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너무 무섭다', '휴대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좋다는 말이 기분 좋더라."
- 후반부 클로즈업이 되면서 눈과 표정 안에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시청자들 역시 몰입하게 되던 순간이고, 그 이후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장면이라 놀라웠는데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제가 상상을 잘하는 편이다.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이러면 안 된다 할 때도 있지만.(웃음) 저는 진심, 진실된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이 순간을 진짜로 믿으면 연기를 할 때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심과 진정성이 보이면 충분히 전달이 될거라 생각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해당 장면은 특히나 포착을 잘해주셨다. 실제적으로 눈 앞에 선배들이 있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건데도 저를 집중하게 하는 환경의 공간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캐릭터를 봤을 때도 감정적으로 와닿았다. 그 순간에도 진짜라고 여기게 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굉장히 힘들지만 해냈을 때의 쾌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모든 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특히나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작품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선택 기준은?
"신뢰를 쌓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모든 작품이 흥행이 되고 사랑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매 작품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과 본분은 작품마다 역량을 다하는 것이다. 그걸 항상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작품마다 다가오는 것이 다른데 전체적인 이야기가 중요하다. 제가 연기를 할 때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설득을 당해야지 그만큼 연기로 표현할 수가 있다. 제 마음이 동요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부터는 연기로 납득을 시키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이고 도전이지만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난 왜 이렇게 힘든 작품만 하나 곰곰히 생각을 하기도 한다. 소외 받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에 마음이 가고 그런 작품을 선택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 연기를 할 때 극으로 감정을 끌고 가야 하는데, 촬영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끊어가야 하지 않나. 감정의 깊이를 계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사실 엄청 힘들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한다. 똑같은 상황을 계속 해도 감정이 똑같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탄탄하게 구축을 해놔야 한다. 저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있지만 주변에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 관계, 이야기가 많이 쌓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체득하려고 노력한다."
- 연기를 뺀 천우희는 어떤지 궁금하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이 많은 편인데 직업적으로는 잘 맞는 것이 있다. 물을 마시다가도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너무 잡생각이 많아도 안 좋으니 조금 눌러주기 위해 산책하고 환기를 한다. 취미를 가지려고도 노력을 했는데 전 연기 말곤 오래 못하는 편이다. 은근 변덕이 있다. 최대한 자연을 보면서 걷는 것이 제일 잘 맞는다고 느낀다."
- 팬데믹 시대를 맞으면서 OTT 산업이 굉장히 커졌고, 이로 인해 영화 시장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시대의 흐름이 빠르게 변한다. 저는 영화로 시작을 했던 사람으로서 편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안타깝고 아쉽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없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도 '이게 바로 영화지', '영화가 우리 곁에 있겠구나' 하는 작품들이 있었다. OTT가 가진 편리성과 다양성은 매력적이고 우리가 현 시대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2시간 동안 붙잡고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대단하다. 그래서 공존을 해야 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을지 노력을 해야 한다."
- 최근 극장에서 영화의 존재 이유를 느꼈던 작품을 꼽아준다면?
"'아타바2'는 기술적으로 놀라웠고, '헤어질 결심'은 내밀하게 바라보며 곱씹을 수 있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내가 극장에 온 이유가 있구나' 하는 작품은 계속 나올 거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SNS 피드에도 올렸었다.
"맞다. 내 추억이 담긴 작품이라 눈물을 쏟으면서 봤다.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는 계속 살아있을 거다. 물론 추구하는 건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맥을 이어갈거라 생각한다."
- 차기작이 궁금하다. 특히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최근 '머니게임'을 마치고 '이로운 사기' 촬영을 하고 있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볼 수가 없어서 오픈이 되기 전까지는 긴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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