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점점 더 깊어진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우 이선균이 영화 '킹메이커'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는 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
'킹메이커'는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전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의 일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이선균은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인물 서창대를 맡았다.
엄창록은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김대중을 전적으로 도왔지만 역사적 자료는 구체적으로 남아있지 않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부담이 있었던 터. 이선균은 걱정이 앞섰지만, 영화 '불한당'을 만들어낸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극 중 서창대는 이북 출신으로 자신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자신의 꿈을 대신 펼칠 수 있는 김운범을 찾아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이선균은 서창대에 대해 "불합리하고 차별이 있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이상을 가졌는데 자기의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신해줄 존재를 종교처럼 찾은 게 김운범"이라며 "처음엔 김운범이 잘 되고 커질 때마다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상실감과 숨길 수 없었던 욕망이 큰 인물이라고 해석했다"라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엄창록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이선균은 변성현 감독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더해 탄생시켰다고 고백했다. 이선균은 "모티브로 하는 인물은 있지만 역사적 자료가 없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자유로움이 있었다"라며 "이북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해 전면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가며 연기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명석한 두뇌와 빠른 판단력,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아는 서창대는 김운범을 선거의 승리자로 이끌지만, 김운범의 선거단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김운범은 자꾸만 커져가고 서창대의 욕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는 극 중 김운범과 서재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김운범에 가려진 서창대를 표현하는 그림자는 크게 표현이 된다. 이선균은 해당 장면에 대해 "제일 잘하고 싶었던 장면"이라며 "촬영할 때 호흡이 좋았고 과정도 좋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집중해서 좋은 장면이 나와 좋았다"라며 "그 장면이 제일 드라마틱한 장면이지 않을까. 서창대의 드러내고 싶었던 콤플렉스가 그림자로 표현되면서 커진다. 감정들이 폭발해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꼽았다.
엄창록이 '선거의 귀재'였다고 짤막하게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만큼, 그의 선거 전략은 서창대를 통해서도 그려진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 네거티브 등을 이용해 김운범을 승리로 이끈다. 이선균은 서창대를 연기하며 아이러니 했다며 "정확한 기록은 아니지만, 이북출신이라 굉장한 차별을 받고 자랐는데 그걸 이용해 지역감정을 만든 배우가 됐다는 게 아이러니하더라"라고 털어놨다.
'킹메이커'는 정치를 소재로 했지만, 단순히 정치 영화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김운범과 서창대를 통해 대의와 정의를 이야기하고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다른 인물로 하여금 메시지를 던지는 것. 분명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킹메이커'에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이선균은 변성현 감독과 이번 작품을 함께하며 "되게 솔직하고 영화를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게 느껴졌다"라면서 "작품은 분명 감독을 닮아있다. 관객이 '불한당'을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봤다는 건 감독의 힘이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감독"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킹메이커'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개봉했다. 대선 시기와 맞물려 관객과 만났지만, 이선균은 '킹메이커'를 정치색을 가진 영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고 그것에 포커스를 맞춰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이 실장(조우진 분)이 대의를 말하는 것처럼, 양쪽을 잘 이해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적으로 재미나게 봐주시면 더 할 나위 없다"라고 바랐다.
영화 '기생충'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던 이선균은 '킹메이커' 홍보를 무사히 마치고 영화 '사일런스'(감독 김태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촬영을 마친 '사일런스'는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선균은 딸과 함께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차정원 역으로 분한다. 그는 '사일런스'에 관해 귀띔하며 "많이 힘들었다. 많이 긴장해야 관객이 재밌어하는 영화니 긴장하면서 치열하게 찍었다"라고 설명해 기대케 했다.
이선균은 인터뷰 말미 '킹메이커'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에 부활의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고 바라며 자신이 세운 올해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 상황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다같이 마스크를 벗고 종방연도 하고 시사회 마치고 파티도 하고. 떠들썩하게 모일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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