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가수 이상우는 1988년 강변가요제서 '슬픈 그림 같은 사랑'으로 입상하며 연예계에 입성했다.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비창' 등 발표하는 곡으로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했고 故 최진실과 함께 했던 MBC 베스트극장 '풍경' 등으로 연기자 활동도 했다. 장나라, 한가인 등 톱스타를 발굴한 연예 매니지먼트사 대표였으며, 공연 기획 등 사업가로도 활약했다.
연예인으로, 사업가로, 아빠로 참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들이다. 과거에 멈추지 않았고,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21년 오늘의 이상우는 여전히 노래하는 가수인 동시에 컨텐츠 제작사 고양이수염을 운영하며 미디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 "세상 떠나도 노래는 남아, 가수하길 참 잘했다."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오늘은 그녈 세번째 만나는 날/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가슴이 떨려오네."
첫 소절만 들어도 흥얼거려지는 노래, 이상우의 대표곡 '그녀를 만나기 100m 전'.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곡이고, 요즘 세대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멜로디다. 1991년 발표된 이 노래는 KBS2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하며 골든컵을 수상하며 크게 히트했다. 수많은 후배들이 리메이크 했고, '복면가왕' 등에서 수없이 소환됐다.
이상우는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앳된 얼굴과 맑은 음색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그 해 대상곡은 이상은의 '담다디'였다. 스타 등용문이었던 강변가요제로 얼굴을 알린 이상우는 '그녀를 만나기 100m 전'로 가수로서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이상우의 인기는 지금의 여느 아이돌 못지 않게 뜨거웠다.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으로 활동하던 시기였어요. 수업 끝나는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간 적이 있었어요. 목적지까지 200미터 밖에 되지 않는 거리라, 매니저가 없는 상태에서 걸어갔죠. 100명정도가 순식간에 모여들었어요. 양쪽에서 잡아 당기니 양복 팔이 떨어져나갔어요. 학생들이 차에 기어올라와서 안테나가 부러지고. 당시 무전기처럼 생긴 휴대폰을 들고 112에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웃음)."
큰 인기를 누리면서 CF 러브콜도 쏟아졌다.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故 최진실과 CF를 4개나 함께 찍었다. 당시 삼성에서 나오던 카파 시계 광고였는데, 두 사람의 연인 연기가 풋풋함을 자아냈다. 이 때의 인연으로 최진실과 함께 '베스트극장'의 '풍경'(1991)에 함께 출연했다. 그의 연기 데뷔작이었다. 어찌보면 '연기돌'의 원조인 셈인데, 당시만 해도 가수가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던 시절이었다. 노래를 잠시 멀리했던 것에는 이같은 영향도 있었다.
"제가 10년 동안 노래하는 모습을 일부러 안 보여줬어요. 한참 연기할 때였는데, 연기를 해도 가수 이상우로 보더라구요. 그 당시엔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세월이 지나니까 '엄마 저 사람 배우지' 어느 순간 그랬어요."
가수로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무명시절 없이 가수가 된 그는 노래 외에 '밑천'이 없었다는 것.
"가요제에서 느닷없이 뜬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래는 계속 해왔어요. 어릴 때 부산에서 '누가누가 잘하나'에도 나가고, 고등학교 때는 중창단을 해왔거든요. 프로로 전향하는 가수들에겐 무명 시절의 음악 활동이 밑천이 되는데 전 그게 없었어요. 악보도 볼줄 몰랐고 악기 하나 다룰 줄 몰랐죠. 음악적인 것이 미천했기 때문에 가수를 하면서, 음악을 배웠어요. 최성수, 변진섭은 기타만 주면 레퍼토리가 30곡이 나오는데 저는 할줄 아는게 서너곡 밖에 없었어요. 그게 한이 맺혀서 아들에겐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가수로서의 시간이 잠시 멈춘 적도 있었지만, 노래는 그의 천직이고 '가수 이상우'는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다. 지난해 상우씨밴드를 결성해 27년 만의 싱글 '괜찮은지 몰라서'도 발매한 그는, 노래하는 시간이 참 좋다고 했다.
"'괜찮은지 몰라서' 앨범 만들기 한 해 전에 대관령에서 숲속 공연을 세 달 정도 했어요. 매주 가수들을 섭외하고 저도 노래를 했죠. 갑자기 너무 좋더라구요.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내가 정말로 노래를 좋아하는데 왜 가수를 안하지' 싶었어요. 녹음을 해야겠다 싶어서 곡을 모았죠. 너무 좋았는데, 욕심만큼 노래가 안되서 보정을 좀 했어요(웃음). 한 곡 하는데 녹음을 7번 했어요. 옛날에는 한 번에 끝냈는데…"
웃으면서 눙을 쳤지만, 이상우는 지금도 꾸준히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노래는 늘 해야 한다. 내가 평생 하는 것"이라고 진정성을 드러냈다.
"노래를 안하면 금방 목이 잠거요. 운동을 안하면 근육이 풀리는 것처럼, 노래를 할 때도 쓰이는 근육이 있어요. 노래도 훈련을 계속 해야 해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 세번은 노래 연습을 해요."
'가수' 이상우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던 그는 "가수를 하길 참 잘했다"고 미소 지었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노래는 남잖아요. 이 세상에 내가 이 노래들을 남기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 좋아요.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옛날에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기억해주는 것들이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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