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데뷔 55년차 배우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의 나이 74세다.
윤여정이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윤여정은 어린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오는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했다.
이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았다.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들이 있지만 우리는 다 다른 역할을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사실 경쟁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운이 좀 더 좋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희 두 아들에게 감사한다.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았다"라며 "김기영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제 첫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데뷔 5년만인 1971년 드라마 '장희빈'에 출연해 제대로 윤여정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드라마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맏이' '꼭지' '네 멋대로 해라' '내 마음이 들리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디어 마이 프렌즈' '두번은 없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였다. 드라마 속 윤여정은 자식들 걱정을 앞세운 평범하디 평범한 할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고, 일반적이지 않은 할머니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3년엔 나영석 PD를 만나 '꽃보다 누나'를 선보였고, 이후 '윤식당' 시즌1, 2, 그리고 '윤스테이'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소감에서도 밝힌 윤여정의 영화 데뷔작은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화녀'다. '화녀'는 '하녀'의 리메이크작으로, 극중 윤여정은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가정부로 취직했다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는 명자 역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윤여정은 대종상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하녀'(2010), '돈의 맛'(2012), '죽여주는 여자'(2016),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2020) '미나리'(2020)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 왔다.
전도유망했던 여배우 윤여정은 1974년부터 10여년간 연기 공백을 갖기도 한다. 가수 조영남과 함께 결혼 후 미국행을 선택한 것. 하지만 12년 후 그는 조영남과 함께 돌아왔고, 이혼을 결정했다. 그리고 두 아이를 위해 연기를 했다. 10여년의 경력단절을 딛고, 무려 일흔이 넘는 나이에 맞이한 최전성기. 윤여정을 향한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한편 OCN은 이날 윤여정의 전작들을 특별편성했다. 26일 오후 3시30분 '장수상회', 오후 5시 '그것만이 내 세상'을 특별 편성했다. 또한 오후 9시에는 아카데미 시상식 녹화방송을 선보인다.
KBS 1TV는 '다큐멘터리 윤여정'을 29일 밤 10시 선보인다. 100편의 드라마, 36편의 영화에 담긴 윤여정의 모습을 동료 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 11명의 목소리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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