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의 ‘흑진주’ 비제이 싱(41, 피지)에게 있어 2004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한해였다. 싱은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휩쓸며 우즈에게만 어울릴 것 같던 ‘골프 황제’ 칭호를 단숨에 빼앗아 버렸다.
싱은 지난 9월7일(한국시간) PGA 투어 도이치뱅크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28, 미국)를 누르고 세계랭킹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싱은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하며 우즈를 3타차로 제치고 우승하며 세계 랭킹포인트 12.529를 기록, 우즈(12.498점)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날 우승으로 싱은 2년연속 상금 랭킹 1위를 확정한 것은 물론이고 길고 길었던 황제 우즈의 독주를 막아냈다.
올해 29개 대회에 출전한 싱은 9승을 올려 1천90여만달러를 상금으로 챙겼다. 이는 우즈가 기록했던 918만8천여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PGA 투어 사상 한시즌 첫 1천만 달러 돌파’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싱은 PGA 투어 멤버들이 뽑는 '올해의 선수'에 처음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상금 랭킹 1위에 오르고도 우즈에게 올해의 선수 자리를 빼앗겼던 것을 깨끗하게 설욕한 셈이다.
또한 싱은 유럽프로골프(EPG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되었다. EPGA 투어 명예회원인 싱은 유럽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세계 랭킹 1위에다 PGA 투어 9승, 상금 1천만달러 돌파 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싱은 PGA 투어 최소타(68.84)에게 주어지는 바이런 넬슨상, 미국골프기자협회상 등 각종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우즈가 누렸던 황제 자리를 마음껏 만끽했다.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싱의 대단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골프 황제란 칭호를 벗지 않았던 우즈를 투영함으로써 확연하게 알 수 있다.
1996년 프로에 데뷔한 우즈는 최다 메이저 대회 우승, 최연소 마스터스 대회 우승, 최단기간 그랜드슬램 달성을 비롯 1999년8월15일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후 지난 2004년8월29일까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주를 계속했다.
264주 연속 1위를 지킨 것을 비롯 통산 334주에 걸쳐 1위 자리를 수성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싱의 세계랭킹 1위보다 우즈의 골프 황제 하야가 오히려 10대 뉴스에 들 만한 놀라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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