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에게 명과 암이 뚜렷히 교차한 해였다. 메이저리그 사상 3번째로 통산 700홈런 고지를 넘어서며 자신의 7번째 MVP에 선정된 반면 스테로이드 복용설이 사실로 드러나 홍역을 치러야 했다.
지난 9월18일(한국시간) 샌디에고전에서 시즌 42호이자 행크 애런, 베이브 루스에 이어 700홈런 클럽에 가입한 본즈는 '역대 최고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지어 통산 최다홈런 주인공인 애런으로부터 "내가 본 모든 선수 가운데 본즈가 단연 최고"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그러나 순탄하게 끝날 것 같던 한 해가 저물무렵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본즈가 지난해 연방대법원에서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했다"는 9월4일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본즈는 "비록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물질인지 모르고 복용했다"고 항변했지만 스포츠계는 이미 쑥대밭이 된 상태였다. '베이 에어리어 연구소(Bay Area Laboratory Co-Operative)', 이른바 '발코(BALCO) 파동'은 운동선수들의 도덕성을 회복불능상태로 몰고 갔다.
본즈 외에도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 육상의 매리언 존스, 팀 몽고메리 등이 발코측과 유착관계를 맺고 도핑테스트에서 걸리지 않는 신종 합성스테로이드 '테트라하이드로지스트리논(THG)'를 복용한 사실이 차례로 드러난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부랴부랴 금지약물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고, 스테로이드 복용의혹을 받은 상당수 선수는 스스로 약물복용을 중단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의 홈런 인플레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90년대 후반까지 60홈런을 쳐도 홈런왕이 되기 힘들었지만 올해에는 48홈런을 친 아드리안 벨트레가 양대리그 통틀어 홈런 1위에 올랐다.
발코파동은 본즈가 그간 이룬 업적에도 상당부분 흠집을 냈다. 특히 2001년 수립한 단일시즌 73홈런 기록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통산 703홈런으로 루스(714개)에 11개차, 애런(755개)에 52개차로 다가 선 본즈가 두명의 '전설'을 차례로 제칠 경우 메이저리그는 또 한 번 홍역을 앓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본즈는 올해 선수로서는 환갑인 40을 맞았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에 접어든 그가 인생 최대의 시련을 어떻게 돌파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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