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다예 인턴 기자] 서울·수도권에서 나홀로 내리막길을 걷던 경기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세로 방향을 바꿨다. 2000가구 규모 대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데도 15%에 불과한 전세 물량과 새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의식한 집주인들의 전세 호가 높이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 경기 과천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0.51% 올랐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부터 두 달(지난해 12월 21일 제외) 넘게 미끄러지던 전셋값이 급반등했다.
시장에선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원문동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 호가가 높아진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단지 전용면적 84㎡형은 전세 시세가 최저 9억5000만 원선이나 대부분의 매물이 10억~11억 원 선에 나와 있다. 최고 호가는 12억 원이다. 이달 초 최초 8억3000만 원에 나왔던 전용 59㎡형 전세 물건은 1000만 원 하향 조정했다가 다시 8000만 원 올라 현재 9억 원을 호가한다.
인근 원문동에선 래미안슈르 전용 84㎡형이 이달 7억1000만~8억6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별양동 래미안 센트럴스위트 전용 84㎡형도 이달 8억 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입주를 앞둔 과천 위버필드는 2128가구 대단지다. 입주 여파로 해당 단지는 물론 주변 아파트까지 전셋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아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같은 통념이 깨지고 있다. 과천 위버필드만 보더라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 2년을 충족하려는 집주인들이 실거주에 나서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인근 A공인 측은 “과천 위버필드 소유자들의 입주율이 무려 85%에 달할 정도”라며 “전세 수요에 비해 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도 과천 전셋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폭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가 신규 계약에 적용되지 않다 보니 4년치 임대료를 미리 받으려는 집주인들로 최근 새 아파트 전세값은 크게 뛰었다. 원문동 B공인 관계자는 “수도권 곳곳에서 전셋값이 많이 올라 집주인들이 호가를 많이 높였다”며 “임대차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대단지 새 아파트 전세 호가가 이렇게 치솟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몇년 새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 반복해왔다. 2019년에는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과천지구) 등 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대기수요가 몰려들어 이 일대 전셋값이 수직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2019년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은 무려 12% 뛰었다. 당시 경기도가 0.68%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과천 전세시장이 얼마나 들끓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작년 2월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1년 거주에서 2년 거주로 강화하는 규제를 내놓으면서 세입자들은 썰물 빠지듯 대거 나갔다. 과천 전셋값 변동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비슷한 시기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1571가구)은 입주에 돌입했다. 인근 아파트에 전세를 살던 조합원들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전세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것도 낙폭을 키웠다.
이후 입주 물량 해소에 제자리를 찾았던 과천 전셋값은 지난해 말 부림동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1317가구)과 과천 위버필드 입주로 공급 물량 폭탄을 맞았지만 수도권 전셋값 급등세에 예상보다 빨리 소화 불량을 이겨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