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음악 강박증과 열등감에 시달렸던 2006년, 그래도 그 때 음악하는 제 눈이 가장 순수했던 것 같아요."
적재는 2006년을 이렇게 기억했다. 스무살 청년은 14년 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음악을 만들고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있는 뮤지션이 됐다. 적재의 2020년은 여전히 고민도, 음악욕심도 많다.
적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뮤직에서 새 미니앨범 '2006' 작업기와 노래들을 소개했다.
적재의 새 앨범 '2006'은 별 보러 가자'가 수록된 미니앨범 'FINE'의 연장선으로, 가장 적재다운 음악을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곡 전반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 선율에 적재 특유의 감성이 더해진 곡. 2006년은 적재가 대학생 입학한 해로, 학교 내 동산에서 야외 수업 중 보았던 동기들의 반짝 빛나던 눈빛, 새벽에 아무 이유 없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때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기타를 치는 학생의 입장에서 꿈에 그리던 학교에 가게 되서 행복했어요.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했던 시기였죠. 동기들의 눈을 봤을 때 '눈이 반짝 빛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하루는 날씨 좋은 날, 학교 텔레토비 동산에 가서 수업을 했어요. 기타 반주도 하고 즐겁게 보냈죠. 이렇게 튀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어도 조화롭게, 빛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마냥 행복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적재는 "경험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는데, 당시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뒤처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밤새 연습을 하고, 홍대 공연을 하러 다녔다. 오늘날 적재의 밑거름이 된 시간들이다.
"열등감에 시달리고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기타리스트로 자리잡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이해 관계와 돈으로 얽혀있어요.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서 어느 때가 가장 순수하고 눈이 빛나던 때였나. 신입생 때가 생각이 났죠."
어른이 된 지금, 그는 여전히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적재는 "우을한 감정으로 들어가는 것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 때처럼 '난 왜 이렇게 못할까'가 아니라 '나는 이런 장르는 잘한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재는 2014년 정규 앨범 '한마디'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뒤 '별보러가자'가 수록된 2017년 3월 미니앨범 'FINE'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간 싱글 '타투(Tattoo)', '잘 지내', '개인주의(feat. Zion.T)' 등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다면, '2006'에서는 본연의 색채와 이야기를 담았다.
"가장 적재다운 앨범"이라는 설명에, '적재다운'의 정의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적재는 "제가 할법한 노래들이다"면서도 "나의 장르를 구분짓기 시작하면, 그 색깔로 곡을 써낼 것 같다. (정의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 결을 모아서 발표를 하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보검이 불러 유명해진 '별 보러가자'는 적재의 히트곡이다. 많은 대중들에 적재를 알린 곡이기도 하지만, 그 한 곡으로 적재와 그 음악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별 보러가자'가 유명해지면서 제가 알려진 계기가 됐지만, 제 노래 대부분이 우울한 감성을 지니고 있어요. 제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썩 밝은 이야기만 가득하진 않아요. 그런 이야기를 녹여내다보니 음악도 차분해져요. 생각보다 차분하고, 말랑말랑하지 않은 노래들이 있죠."
적재는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적재는 아이유, 태연, 악뮤, 정은지, 소유, 하성운 등 동료 음악가들의 앨범과 공연의 편곡, 기타 연주에 꾸준히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입증했다.
"감사한 일이죠. 저에게 작업을 맡겼을 때 '적재의 퀄리티'에 대해 기대하죠. 제 음악을 만드니까, 제가 불렀을 때 만족할 만한 사운드까지 작업해요. 기타 사운드로서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요. 사람의 취향이 한결 같은게 아니기 때문에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이유와 남다른 인연도 공개했다. 윤하의 공연 때 적재는 기타 세션으로, 아이유는 게스트로 처음 만났다. 아이유는 이후 밴드 팀을 꾸릴 때 적재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앨범 작업을 같이 하며 음악적 동지가 됐고, 지금도 고마운 피드백을 해주는 사이라고.
"(아이유와)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아이유도 밴드와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고, 잘하기도 하고, 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기도 해요. 그 이후로 앨범 작업도 많이 했고 제 결과물을 좋아해줬어요. 제가 아이유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유는 제게 큰 힘이 되요. 발표되지 않은 음악에도 장문의 피드백을 해주고,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이야기 해줘요. 이런 피드백 너무 도움이 되죠. 이번 앨범도 그랬어요. 너무 받기만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어요(웃음)."
많은 뮤지션들과 작업해온 그는 러브콜을 보내고 싶은 가수로 십센치 권정열과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을 꼽았다. 그는 "성시경 선배님과는 곡작업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적재에게 물었다. '2020'은 어떠한 해로 남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으로 기억될까.
"2006년은 힘들게 연습하고 열등감 시달린 시기였는데 돌아보니 반짝 빛나던 때였어요. 2020년은 모든 공연이 다 취소되고 생각한 것들이 미뤄지고 할일 없는 시간도 보내고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죠. 그랬음에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앨범을 잘 다듬어 내기도 했어요. 이 때도 예쁜 시간이었다고 회상하지 않을까요."
적재의 새 미니앨범 '2006'은 1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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