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팬들도 햇갈렸다. 코트에 나온 선수들이 서로 소속팀을 맞바꾼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올스타전도 아닌 V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배구팬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양 팀은 지난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19-20시즌 도드람 V리그 5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경기 전 코트에 나와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이 착용한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유니폼 상의에 들어가는 스폰서 광고 때문이다. 유니폼 앞면 선수 번호 윗 자리는 구단 메인 스폰서 또는 회사명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프로배구를 포함해 프로야구(KBO리그) 프로축구(K리그) 프로농구(KBL, WKBL) 등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대부분은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다. 이 때문에 모기업 또는 스폰서명을 눈애 가장 잘 띄는 곳에 넣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같은 리그에 속한 상대팀 모기업 로고나 명칭을 넣지 않는다. 야구로 따지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에 삼성 라이온즈나 LG 트윈스 로고나 자회사 광고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연고지 라이벌 의식이 강한 프로축구에서는 굳이 유럽이나 남미 등 해외리그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각자 메인 스폰서를 바꿔 유니폼에 넣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만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달랐다. 선수들은 서로 각자 상대팀 모기업 광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착용하고 코트로 나왔다. '교차광고' 유니폼을 배구팬에게 선보인 셈이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계기는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17일 '대한항공카드' 출시를 위해 현대카드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Private Label Credit Card)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 계열사다. 여기에 양 팀 구단주가 배구팀 유니폼 교차 광고에 뜻을 모았다. 현대캐피탈 구단 측은 "새로운 카드 상품 출시를 색다를 방식으로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구단도 "양 팀 구단주는 평소 시간이 날 때 체육관을 자주 찾을 정도로 배구에 관심이 많다"고 얘기했다. 대한항공 구단주는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다.
현대캐피탈 구단은 "두팀은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팀 기업 CI(기업로고)를 유니폼 전면에 새기고 플레이 하는 모습은 체육관을 찾은 배구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는 않는다. 양 팀은 6라운드 맞대결 뿐 아니라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모두 남은 5, 6라운드 V리그 정규리그 경기와 봄 배구(포스트시즌) 진출 시 팀의 마지막 경기까지 해당 유니폼을 착용하고 뛰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원정팀 대한항공이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에 3-2(27-25 25-22 32-34 20-25 15-12)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4연승으로 고공비행을 계속했고 현대캐피탈은 4연승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대한항공은 '주포' 비예나(스페인)가 두 팀 합쳐 최다인 30점을, 정지석과 곽승석도 각각 17, 15점씩을 보탰다. 현대캐피탈은 다우디(우간다)가 25점, 신영석과 전광인이 각각 16, 15점을 올렸으나 5연승 길목에서 대한항공에 막혔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오는 3월 18일 6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의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만난다. 두팀의 이날 경기는 올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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