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로 키우고 싶었는데"…선처 호소한 조재범

[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사죄를 드립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다.

한국 여자쇼트트랙 '간판 스타' 심석희(한국체대)를 훈련 도중 상습적으로 폭행 및 폭언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23일 열렸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방법원(이하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 앞은 아침 일찍부터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이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 대해 추가 고소를 했다. 폭행과 폭언 뿐 아니라 지난 2014년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의 폭로는 체육계 '미투'의 발화점이 됐다.

조 전 코치는 당일 오전 9시경 수원지법으로 와 공판 시작 시각인 11시까지 대기했다. 법정 안에는 조 전 코치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예지 소속 오동현 변호사도 함께 자리했다.

오 변호사는 "추가 고소건에 대해서는 의뢰인(조 전 코치)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며 "기소 사실에 대해서는 의뢰인이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변론했다.

조 전 코치는 당일 공판 최후 진술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육성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잘못된 지도 방식과 행동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줬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코치는 평창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해 1월 16일 훈련 도중 심석희를 수십차례 때려 상해를 입혔다. 심석희를 포함해 선수 4명에게도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 측은 심석희의 성폭해 피해 고소장이 접수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해당 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전날(22일) 선고 기일 연기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존 심리중인 사건과 추가 고소건은 별개로 판단했다. 검찰이 요청한 선고 기일 요청과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측도 당일 상습 폭행 및 상해 등 기존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폭행과 성폭행이 결합된 범죄로 의심되는 부분은 수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로 폭행 및 폭언 사건에 대한 재판을 일단 마무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