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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포르투갈 '4부리그' 구단의 두 청년, 생존을 배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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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이국 땅에서 도전을 택한 그들, 한국 스포츠 발전을 꿈꾸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스포츠의 일상화가 강점인 것 같아요."

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인력도 늘고 있다. 프로는 물론 생활 스포츠에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있다 보니 스포츠 마케팅이나 관련 학문을 공부하며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는 이들도 다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것이 스포츠계 취업이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구단의 자생력이 떨어지니 언제 해체할지 몰라 은근히 불안하다. 아마와 생활 스포츠는 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고 언제, 어떻게 인력을 뽑을지도 모른다.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정도는 들어가야 "다행이다"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여기, 유럽 스포츠의 중심인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아닌 포르투갈에서 도전하는 두 청년이 있다. 그것도 1부리그인 프리메이라리가가 아닌 4부리그 구단 SC베이라마르에서 일하고 있는 추성웅(27), 정대남(26) 씨다.

SC베이라마르는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에 인접한 항구 도시 아베이루를 연고로 하는 팀이다. 1922년 창단해 1, 2부리그를 오르내린 역사가 깊은 팀이다. 그런데 2부리그에 있던 2015년 여름 100억원의 부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했고 포르투갈 축구협회(PFP)는 5부리그 강등을 의결했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베이라마르는 다시 1부리그 승격에 도전하고 있다. 연봉 1천5백만원에 불과하지만, 유럽 빅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있는 선수들을 받아 지난 시즌 4부리그까지 올라왔다. 3부리그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는 바람에 다시 4부리그에 있게 됐지만, 준척급 선수들이 많다. 주전 골키퍼의 경우 브라질 명문 바스코 다 가마에서 2번(비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다음 시즌 2부리그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하다.

추성웅 씨와 정대남 씨는 승격 경쟁이 뜨겁게 이어지던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공단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베이라마르와 연이 닿았다. 마침 구단 국제대외협력 부회장이었던 허성구 액시스풋아시아 대표와 연결, 조금 더 수월하게 구단 프런트 경험을 하게 됐다.

두 사람과 만난 지난 9월 30일은 타사 드 포르투갈(FA컵) 64강전 당일이었다. 홈 경기라 기본적인 준비에 열중했다. 시작 후에는 이들도 관중석으로 올라와 관전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추 씨는 "스포츠 구단이나 축구쪽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케팅 공부를 했다. 성남FC에서 대학생 마케터로 올해 초까지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운영하는 축구산업아카데미 8기였다"고 말했다.

정 씨도 "스포츠마케팅 일을 하고 싶어서 찾아보니 인턴십이 있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케팅 일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했었다"며 당연히 관련 경험이 있음을 소개했다.

한국에서의 유럽 스포츠 시장은 주로 축구 중심으로 알려져 있다. 유학 역시 영국으로 많이 가는 편이다. 그런데 왜 포르투갈에 왔을까. 추 씨는 "포르투갈은 축구 강국이지 않은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모든 것이 어색했다. 실제로 부딪히면서 일을 해보니 어려움이 많더라. 그래도 작은 것이라도 배우며 얻어가겠다는 생각이다"며 긍정론을 강조했다.

생각은 정 씨도 비슷했다. 그는 "포르투갈 그 자체가 경험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해내고 싶다. 포르투갈 정보 자체가 많지 않아서 '호우 월드'라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하나씩 올리고 있다"며 웃었다.

1부리그에서 5부리그까지 떨어졌던 구단이라 구조 자체가 영세한 것이 사실이다. 허 대표는 "사무국에서 5~6명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승격해서 상위 리그로 가면 정식 직원 숫자를 늘려야겠지만, 지금은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추 씨와 정 씨도 마찬가지다. 내년 3월까지 있다가 귀국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축구단 업무를 많이 체험하려고 한다. 종합스포츠클럽(SC)이라 축구팀을 중심으로 다른 종목 프로그램 운영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추 씨는 "1부리그 팀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하부리그 팀이라 모든 체계를 다 경험하는 장점이 있다. 사실 한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팀이지만, 상위 리그로 하나씩 올라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 또,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구단 수익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큰 과정을 느끼는 그 자체로도 신기하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복잡한 구조가 엮여 경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놀랐다는 정 씨는 "포르투갈은 스포츠의 일상화가 강점인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어떤 종목이든 체험하니 말이다. 한국도 이런 문화였으면 좋겠다. 이 체계를 배워 한국으로 가고 싶다"며 자신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도 포르투갈어가 우선이라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답답하고 울컥한 순간도 있다. 추 씨는 "친구들에게는 힘든 것을 말하지만, 부모님께는 좋은 것만 말한다"며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버릴 것 없는 경험을 하는 추 씨와 정 씨다. 추 씨는 "실무 경험이 처음이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일단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면 프로축구연맹에 가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정 씨도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일단은 포르투갈에서 더 느끼고 다음을 생각하겠다"며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경기는 0-1 패배로 끝났다. 32강 진출 좌절로 리그만 바라보게 됐다. 이들의 할 일 하나가 준 셈이다. 그래도 패배에 따른 결과와 또 다른 과정을 체험하는 그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소득이다. 베이라마르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며 3부리그 승격에 대한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이뉴스24 아베이루(포르투갈)=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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