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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코엘류를 만나다①"한국, 창조성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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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이후 부임, 비운의 감독…현재 포르투갈 축구협회 부회장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꼼꼼하면서도 착한 사람이었다. 선수가 실수해도 화를 한 번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포르투갈 스포츠 매체 '아볼라(ABOLA)'의 포르 레다상 기자는 '조이뉴스24'가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을 늘어놓았다.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0) 4강에서 프랑스와 만나 연장 혈투를 벌여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기억을 풀어 놓으며 움베르투 코엘류(68) 전 한국대표팀 감독 이야기를 전했다.

코엘류 감독은 유로 2000 당시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모로코 대표팀을 거쳐 2003년 한국대표팀을 맡았다. 2006 독일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지만 2004 아시안컵 예선에서 소위 '오만 쇼크', '몰디브 쇼크'를 일으키면서 결국 경질됐다. 1년 6개월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월드컵을 위해 '모신' 감독이었지만, 빨리 성과를 내기 바라는 한국 문화에서 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14년이 흘러 한국 대표팀은 다시 포르투갈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지난 8월 부임했다. 벤투 감독과는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까지 계약했다. 코엘류 감독과는 유로 2000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레다상 기자는 "코엘류와 벤투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성향은 조금 달랐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 문화를 의심하는 일부는 '과연 벤투가 4년을 다 채우겠는가'라며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아시안컵이라는 1차 검증 무대가 있고 2022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예선이라는 관문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지난달 8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포르투갈 축구협회(FPF)에서 코엘류 전 감독을 만났다. 현재 그의 직함은 포르투갈 축구협회 부회장이다. 페르난도 소아레스 다 실바 회장과 함께 포르투갈 축구의 전반적인 틀을 짜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코엘류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창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코엘류가 과거 한국 대표팀에서 거둔 성적들은 뒤로 하고 문화와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르투갈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페인 등 축구 강국 사이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 대회에서는 유로 2004 준우승, 2008 8강, 2012 4강, 2016 우승을 차지했다.

2002 한일월드컵부터 5회 연속 유럽 예선을 통과했다. 2006 독일월드컵 4강에 올랐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16강에 올랐지만, 우루과이의 끈질김에 밀려 탈락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라는 초대형 스타의 존재가 약이자 독이었다.

그는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는 것을 봤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옆에 있던 프란시스코 아브릴 포르투갈 축구협회 홍보담당관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한국이 이겨서 박수를 쳐줬다. 우리의 일 같더라"며 웃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코엘류 부회장이다. 그는 "한국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포르투갈과) 똑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결과를 내고 있지 않은가. (과거) 내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시간을 갖고 일을 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일했다. 축구를 하는 데 있어 시간을 갖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국, 국가대표 선수를 만들고 큰 대회에 나가서 성과를 내는 것이 목적이니 말이다"고 말했다.

코엘류가 한국에 온 당시에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기운에 한참 취해 있던 시기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수준의 지원까지 받지는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상대국 분석에 게을리했고 K리그는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다. 팬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이 올라갔다. 유로 대회 4강 감독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코엘류 감독은 모든 역량을 모았던 2002년 시절의 집중력이 나오지 않는 한국 대표팀을 어렵게 끌고 갔다.

포르투갈의 예를 든 코엘류는 "포르투갈은 (선수들이 잘 성장하는) 체계와 환경을 갖췄다.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프로팀들이 일을 제대로, 정말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클럽하우스처럼) 훈련 공간을 갖추고 선수들을 지속해서 육성했다"고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때로는 직선 말고 돌아가는 방법도 알아야"

이어 "포르투갈도 유로 2016에서 우승한 뒤 지난 2년 동안 (축구협회 내 트레이닝센터 같은) 공간에 투자를 많이 했다. 우승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또, 한가지는 유소년 시스템의 일원화다. 선발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상위 연령대 팀으로 올라간다. 연령별 팀이 있지만, 나이대가 저학년이어도 월반이 자연스럽다. 최종 목적은 국가대표 선수를 만드는 것 아닌가. 월반이 필요하면 묶어 성장시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월반 문화가 거의 없다. 같은 나이대 선수가 묶여 경쟁한다. 학년이 구분되니 수직적인 질서가 쉽게 잡힌다. 프로에 일찍 입문해도 학업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공부하는 축구 선수' 정책에 정면 배치되는 현상이다. 축구단 자체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기관들이 함께 뭉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재능이 보이는 자원들은 일찌감치 한국 대신 유럽으로 떠난다.

코엘류 부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창조'를 꺼내 들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창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직선으로만 가지 말고 돌아가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무조건 돌진하려는 성향이 있다. 축구에 있어서 힘이나 신체 조건, 기술이 중요하지만, 창조 능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이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전술적으로 단순한 것만 배워서는 국제대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선수 배출을 고민하는 한국이다. 2002년 이후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한 시대를 풍미했고 현재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이강인(발렌시아CF) 등 어린 선수들이 있지만, 아직 온전히 성인팀에서 제대로 검증을 받지 못했다.

한국의 욕구를 모르지 않는 코엘류는 "국제적인 선수가 나오는 것은 문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기술, 전술 등 각각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어떤 문화에서 성장해왔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시스템에서 성장했던) 박지성, 이영표는 정말 좋은 선수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에는 유럽 축구 문화에 일찍 젖어 성장하는 선수가 더 많다. 코엘류는 "아무래도 유럽 축구가 일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환경도 좋고 구성도 체계적이다. 클럽이 가진 프로그램들이 이미 증명됐지 않은가. 남의 것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잘 바꾸는 것도 능력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절묘한 시점에 한국에 왔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2-0 승리로 세계 수준에 어느 정도 맞설 가능성을 봤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은 선수들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기회도 얻었다. 코엘류 부회장은 벤투 감독의 한국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리스본(포르투갈)=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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