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이 시기만 같이 이겨내고 잘 마무리 짓고 (구단을) 나가겠다."
사상 초유의 '사퇴 후 복귀'라는 선택을 했던 서정원(48) 수원 삼성 감독이 자신 앞에 놓인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서 감독은 지난 15일 수원에 전격 복귀했다. 8월 말 전북 현대와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을 앞두고 사퇴를 선언하고 떠났던 서 감독은 구단주인 박찬형 제일기획 부사장의 간곡한 설득에 '시한부 복귀'를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복귀전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8 FA컵 8강 순연 경기였다. FA컵 우승팀에는 다음 시즌 ACL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K리그1 5위까지 밀려난 수원 입장에서는 FA컵이 정말 중요하다.
미묘한 표정을 앞세워 취재진과 만난 서 감독은 "처음 나갈 때는 당연히 그만두려는 마음이 컸다. 솔직히 돌아올지 나도 몰랐고 정말 몰랐다. 나갈 때는 마음이 편하고 좋으리라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상황이 힘들게 했다. 완강히 말했지만, 구단주가 계속 요청했다. 10일 간격으로 만나자고 했다. (빨리 새) 감독 선임을 하라고 말했지만, 구단주는 오히려 회사에 감독을 알아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 부분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 구단주는 독일로 떠난 서 감독을 휴가 보내는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박창수 단장은 서 감독을 떠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서 감독과 박 단장이 선수 수급 등 다양한 문제로 이견을 보여왔던 것은 축구계 안팎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주는 물론 선수들도 서 감독의 사퇴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받았다. 사표 수리가 안 될 거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 사이 노장(염기훈, 신화용, 조원희, 양상민)들이 찾아왔다. 차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심적으로 흔들렸다. 유럽에 갔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기 어려웠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팬들에게도 미안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에 밟힌 선수들이 복귀 요인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서 감독은 내년까지 수원과 계약돼 있다. 옵션을 행사하면 2020년까지 가능하지만, 사퇴하고 떠나 올해 말이 끝이다. 그는 "확실한 부분은 나갔다 돌아온 것이 스스로 전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만 하고 그만둔다. 이 시기만 같이 이겨내고,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잘 마무리 짓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제주전 외에도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ACL 4강 2차전이 있다. 1차전에서 2-3으로 패해 2차전에서 1-0으로 이기거나 다득점 승리를 해야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결승에 진출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시기다. 그렇지만, 좋은 상황이었다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 좋은 상황이라 용기가 났다.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결정을 했다"며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는 서 감독은 "오직 선수들만 보고 왔다. 선수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아픔이 느껴졌다. 심지어 꿈에 나왔다는 선수도 있었다"고 답했다.
서 감독의 복귀 소식이 전해진 뒤 수원 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환영한다'와 '왜 왔는가'라는 의문이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서 감독은 "돌아와서 안주하겠는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나가는 것이 확실하다.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겠다. 내년을 위해 새로운 감독이 오는 게 맞다. 팬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가장 중요한 사퇴 배경 중 하나였던 일부 팬의 가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악성 댓글 테러에 대해서는 "(가족의 복귀) 반대가 많았지만, 책임감도 생겼다. 나 때문에 수원에 왔거나 남은 선수들이 있다. 연봉까지 삭감하며 말이다. 이들을 위해서 나만 아프다고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봉사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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