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윤)지혜 누나, 사진 같이 찍자! 올라온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말은 건낸 상대는 윤지혜(21·한국체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강민성(20·한국체대)는 심성도 금빛처럼 반짝 반짝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부문 경기가 열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모두 4개 메달을 획득했다. 가장 먼저 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은 윤지혜였고 한국 선수단 대회 '1호' 금메달은 강민성이 땄다.
개인전 뿐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남자 단체(한영훈·김선호·강완진)는 금메달을 여자 단체(곽예원·최동아·박재은)는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목표로 둔 품새 세부 전 종목 금메달은 무산됐지만 선수들이 일궈낸 4개 메달도 충분히 값졌다.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대가를 메달로 돌려받은 셈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남녀 태권도대표팀 선수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메달리스트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메달을 놓고 함께 품새를 겨뤘던 대만과 필리핀 선수들은 물론 인도네시아 현지 자원봉사자들도 메달리스트들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경기장은 마치 야유회같은 풍경처럼 변했다. 즐거움이 가득 넘쳤다.
그러나 이들 틈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윤지혜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한 발 모자랐다.
이 때문일까. 윤지혜는 경기장 한쪽에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 그리고 대표팀 동료들이 그를 달랬다.
윤지혜는 눈물을 멈췄지만 여전히 눈가는 촉촉했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몇번이나 울음을 삼켰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꼭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지혜의 태도가 너무나 씩씩하다보니 오히려 보는 사람쪽이 더 마음이 아팠다.
윤지혜를 뒤로 하고 경기장으로 다시 가자 구수한 사투리가 들렸다. 강민성이 윤지혜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혼자 앉아있던 윤지혜를 보고 "지혜 누나! 올라온나! 사진 같이 찍자"라고 외쳤다.
강민성은 취재진을 향해 "같은 학교라 그렇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두 선수는 한국체대 선·후배이고 나이도 한 살 차이 밖에 안난다.
강민성의 말투에는 농담이 섞였지만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함께 땀을 흘린 동료를 향한 배려다. 강민성의 됨됨이가 느껴진 부분은 이것 뿐 만은 아니다.
그는 금메달을 따낸 뒤 "아버지가 삼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면서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민성이 갖고 있는 '정'의 크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동료 윤지혜를 챙긴 장면에서도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윤지혜는 발걸음을 옮겨 경기장으로 다시 올라왔다. 그는 강민성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제서야 윤지혜의 표정이 환해졌다. 강민성도 미소를 지으면서 한 살 터울 누나를 감쌌다.
둘의 메달의 색깔은 달랐지만 강민성의 '금빛' 인성에 윤지혜도 환하게 빛난 하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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