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나선다. 올림픽이 18명으로 적은 숫자로 나선다면 아시안게임은 20명이라 약간의 여유가 있다.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 3장을 사용한다는 것은 똑같다.
U-23 대표팀은 분명 A대표팀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의 팀이다. 아래 연령대에서 뛰는 것도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모양새가 이상하다. 소위 월반을 했다면 더는 밑으로 내려가지 말고 A대표팀에서 오래 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도 U-23 대표팀에 대해서는 오랜 고민을 안고 있다. A대표팀으로 가는 성장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12세 이하(U-12), 14세 이하(U-14),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U-23, A대표팀이라는 뼈대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좀 더 우수 선수 발굴을 위해 홀수인 연령대를 짝수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저학년이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뛰지 못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이미 유럽, 남미, 일본 등이 짝수 연령대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맞춰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팀 말고도 일반 클럽, 학원팀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선수 발굴의 정점이 U-23 대표팀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프로에서도 뛰는 등 좋은 선수들이 다수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이 K리그에서 뛰거나 유럽 등으로 나가는 등 선수층을 넓히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성적 지상주의와 병역 문제가 항상 고민으로 따라왔다. 챔피언십을 통해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면 큰일이 나는 세상이 조성됐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관된 실력만 유지되면 성적 걱정은 없다.
관건은 병역이다.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해야 병역 혜택을 얻기 때문에 이상할 정도로 엔트리 선정에 대한 관심이 많다. A대표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학범슨'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학범(58) 감독조차 '인맥 축구'라는 무논리에 비판 받고 있다.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승선했지만, 8강에서 탈락하며 병역 해결 기회가 날아갔다. 4강만 갔다면 두 경기를 치러 가능성을 확인했겠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병역 의무가 없는 국가였다면 굳이 뛰지 않아도 되는 연령별 대표팀으로 내려와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 A대표팀 에이스가 아래 연령대 대표팀에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늘 나오는 이유다. 손흥민 스스로도 머리가 아프다. 토트넘의 시즌 초반 4경기를 뛰지 못하면 주전 경쟁에 대한 고민을 안고 뛰어야 한다. 실력이야 충분하지만, 주전 싸움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에 병역 의무에 대한 국민 정서가 복잡해 쉽지 않다. 아마추어 종목 한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로 병역 혜택을 정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특정 종목으로 인해 선수들의 병역 이행 시기가 뒤로 밀리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실력으로 메달을 획득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종목 한 관계자도 "야구나 축구나 농구 등 프로스포츠는 국군체육부대, 경찰청 등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선수 생활도 유지 가능한 통로가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는 적은 선발 숫자에 포함되지 못하면 일반 군대에 가야 한다. 지금의 제도마저도 프로 스포츠 종목들이 하도 혜택 받으니 개정하려고 하지 않는가"고 전했다.
복잡한 구조는 U-23 대표팀에 대한 시선을 애매하게 만든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은 선수들 중 소위 A대표팀 주축이거나 유럽 무대를 주름잡고 있거나 등의 기준으로 따지면 절반도 되지 않는 인원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승선하는 팀'이라는 인식은 더 짙어진다.
이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시선이다.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황의조(26, 감바 오사카)의 승선을 두고 프랑스에서 뛰는 석현준(27, 트루아)이 더 낫지 않느냐, 학연 또는 지연 아니냐는 지엽적인 논란 자체가 낭비다.
U-19 팀으로 프랑스 툴롱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강인(17, 발렌시아)도 비슷하다. U-23 대표팀에 승선했다면 그다음은 A대표팀이어야 하는데 무려 두 연령대의 대표팀을 월반해 올라와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한 고민과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U-20 대표팀 에이스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가 월드컵에서 배움의 자세였던 것과 비슷하다. 발렌시아가 유소년 육성 정책 때문에 이강인을 내주지 않은 것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월반의 사례가 나와야 하는 것도 맞다. 좋은 재능이 있다면 빨리 키워내는 혜안도 필요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킬리앙 음바페(19, 파리 생제르맹)와 같은 재능이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K리그가 뒤늦게 준프로 계약으로 선수 발굴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해당 연령대에도 좋은 자원이 있다면 시간을 갖고 이들을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강인에게는 2년 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기회가 있다. 출전권을 얻으려면 그해 1월께 열리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3위 이상을 해줘야 한다. 앞선 음바페의 경우만 열일곱의 나이에 AS모나코 소속으로 주전을 확보했고 열여덟에는 프랑스 리그앙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경험했다는 점이 우리의 사정과는 다르다.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만났던 스웨덴의 얀네 안데르손 감독은 신예들의 발탁을 두고 "한 번 A대표팀에 올라왔으면 하부 대표팀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끝까지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성격이 명확해야 하고 구성과 선수 발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고도 A대표팀까지 오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정의와 성격 규정은 결국 축구협회가 대중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회구조를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말이다. 좀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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