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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사회 현실 꼬집는 에피소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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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가정 돌아보는 두 법정 에피소드 그려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미스 함무라비'가 가족과 사회의 의미를 환기하는 법정 에피소드로 또 한 번 안방에 감동을 남겼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 제작 스튜디오앤뉴) 8회에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의 소송과 양육권 항소 소송이 진행됐다.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가족과 사회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볼법한 이야기였다.

스트레스로 인해 중증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 이영수의 부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영수는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다 손목을 그어 자살시도를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근육을 다쳐 팔을 못 쓰게 되고 모든 의사소통을 거부했다. 우일증권 측은 "내성적인 성격과 개인 사정으로 생긴 사건"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미지가 실추될까 두려워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조정을 요구했다.

회사는 사소한 것도 트집을 잡아 모멸감을 줬다. 회장 앞에서 횃불을 들고 각오를 다지고 낙오자가 없을 때까지 풀코스 마라톤을 뛰게 하는 조직에서 이영수는 느리고 답답한 죄인이었다. 자신의 꿈까지 아들의 어깨에 지우고 아들이 원했던 국문과가 아닌 법대에 진학시킨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은 독이 됐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큰 평수로 이사 가길 요구했던 아내는 오피스텔을 몰래 빌린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지만, 이영수는 그곳에서 시를 쓰고 있었다.

임바른(김명수 분)은 당사자들을 조정실로 불렀다. 부모와 아내에게 "단 한 번이라도 독립된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해 준 적 있냐"고 질책했다. 그는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공범이다. 태어난 대로 살고 싶었을 뿐인데 남들과 같은 모습을 강요했다"며 "이영수는 한 번도 거부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고, 가족들도 함께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육권 항소 소송에서는 고아로 자랐기에 외톨이로 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지만 정작 가족은 곁에 없었던 원고의 이야기를 그렸다. 결국 외롭게 방치된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원고는 시골로 내려가 마당 넓은 집에서 딸들과 함께 살 미래를 꿈꿨지만 정작 모르는 게 있었다. 벌레를 싫어하고,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인 딸들을 시골로 데려가는 건 자기 욕심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한세상(성동일 분)은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먼저 커버린다"며 "원고는 자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마음의 여유까지 잃은 것 같다. 지금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법보다 훨씬 현명한 시간의 힘이 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기도할 뿐"이라며 양육권 항소를 기각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날카롭게 모두의 책임을 지적했지만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판결에 그치지 않고, 부당행위가 있을 경우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임바른과 "미안하다"고 사과한 한세상의 판결은 뭉클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 타인의 살갗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미스 함무라비'의 진정성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19일 밤 11시 방송되는 '미스 함무라비' 9회에서는 법원을 둘러싼 전관예우 문제를 담아낸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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