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뒤덮은 20일 서울 잠실구장. 금요일 저녁의 빅매치를 날씨가 망치는가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구름관중이 종합운동장역에서 물밀듯이 밀려왔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리턴매치는 그렇게 좋지 않은 날씨마저 감수할 정도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4연승으로 두산을 누른 뒤 해가 바뀌어 처음 만난 날. 양팀 덕아웃의 두 '김 감독'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홈팀인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평소 취재진 앞에서 그러하듯 이날 경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대꾸했다. 그저 시즌을 치러가며 맞붙는 또 하나의 강팀 정도로 여기는 인상이었다.
원정 덕아웃의 김기태 감독 또한 "좋은 팀과 만났으니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만 했을 뿐 한국시리즈 이후 첫 리턴매치라는 점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다.
진심인지 연막인지 모를 '양김'과 달리 2만3천214 관중이 모인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초반 장원준과 한승혁의 투수전이 이어지자 양팀 관중은 숨죽이며 경기에 몰입했고, 중반 들어 두산이 앞서나가자 1루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0-6으로 뒤진 6회초 KIA 김주찬이 좌월 솔로홈런으로 팀타선의 침묵을 깨자 3루쪽 KIA 관중석에선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두 김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이날 선발등판하는 두 투수들에게 돈독한 믿음을 나타냈다. 두산 김 감독은 "장원준이 그간 많이 던져서 올해는 좋지 않지만 꾸준히 등판하다모면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다"고 했다.
KIA 김 감독은 오랫동안 미완의 대기로 꼽힌 우완 파이어볼러 한승혁과 경기 전 덕아웃에서 눈이 마주치자 "자신감이 넘쳐보인다"며 "오늘 맞아도 좋으니 내일도 오늘처럼 웃으면서 보자"고 힘을 실어줬다.
경기는 노련한 장원준의 완승이었다. 올 시즌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해 주위의 애를 태웠던 장원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운드를 지키는 내내 깔끔한 투구로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값을 했다. 5회까지 KIA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6이닝 4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최고 144㎞의 패스트볼은 힘이 있었고 한동안 흔들렸던 제구는 날카로웠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선택 시점도 절묘했다. 적시에 터진 타선의 지원과 불펜의 이어던지기로 두산이 6-4로 승리하면서 장원준은 최근 3경기 연속 부진행진을 끊으면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한승혁 또한 첫 2이닝 동안 특유의 묵직한 포심패스트볼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지만 3회와 4회 고비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0-1로 뒤진 3회말 1사 3루에서 강타자 김재환을 삼진처리하고 한숨 돌리는가 했으나 양의지에 풀카운트 싸움 끝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피칭 리듬이 어긋났다. 여기에 4회말 선두 김재호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날 기록은 4.1이닝 7피안타 6실점. 삼진 5개를 잡았지만 제구난으로 볼넷을 4개나 허용했다.
KIA는 1-6으로 끌려가던 8회초 김선빈의 우전 적시타, 9회초 2사 2,3루에서 김민식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지만 뒤집기엔 너무 늦었다.
이날 결과로 두산(17승5패)은 3연승을 이어가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고, 3연승이 중단된 KIA는 시즌 11승10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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