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멜로 가뭄인 한국영화계에 반가운 단비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제작 무비락)는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분)과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일본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학창시절 같은 반 친구로 인연을 맺었다가 20대가 된 후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된 두 남녀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풋풋한 연인이었다가 유치원생 아들을 둔 부부가 된 이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영화의 주요 정서다.
남편 우진은 기억을 잃고 돌아온 아내와 신비한 재회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잊고 있던 행복감을 만끽한다. 엄마가 남긴 동화를 보며 비가 오는 날 그가 돌아올 것이라 손꼽아 믿었던 아들 지호(김지환 분) 역시 수아와 만남을 더없이 기뻐한다.
하지만 과거 남긴 기록들을 통해 이 만남이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수아는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부자의 삶을 상상하며 슬픔을 맞이한다. 원작을 통해서도 예고됐듯 이후의 이야기들은 부부 간의 운명적 사랑과 가슴시린 모성애를 바탕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최근 한국의 상업영화계에서 멜로 장르의 영화가 호평과 흥행을 함께 거머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지난 2017년 한국영화와 외화를 포괄한 박스오피스 상위 30위(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내에서 멜로 혹은 로맨스를 주요 장르로 삼은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미녀와 야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전부였다. 로맨스 영화의 범위를 넓혀 보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두 아나키스트의 사랑을 그린 '박열' 역시 이에 포함될 법하다.
역대 박스오피스를 기준으로 상위 30위권의 영화들을 살펴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수한 '천만 영화'들 사이에서 가족애를 제외한 사랑의 감정을 주 정서로 삼은 작품은 '왕의 남자'가 유일해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등장은 멜로에 목 말랐던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안길 법하다. 베테랑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잡았고, 신인 이장훈 감독은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만났을 법한 갈등들을 참신한 결정들로 풀어냈다.
영화의 전반을 채우는 동화처럼 따뜻한 감성, 재치 넘치는 코믹 신, 보편적 감정들을 건드리는 클라이막스가 서로 매끄럽게 접합됐다. 원작과 비교해 코믹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터치가 돋보이는 변주는 일본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 신선한 표정의 아역 배우 김지환의 연기는 원작과 결이 다른 정서의 멜로를 완성시킨 바탕이 됐다. '멜로퀸'으로 불려 온 손예진은 특기인 장르를 만나 물 만난듯 극을 누빈다. 소지섭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폭넓은 나이대를 직접 연기했다. 쉽게 상상되지 않았던 부성애 연기 역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는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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