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그 선수' 또는 '그 친구' 대신 자신이라는 라이벌과 싸운 이상화(29, 스포츠토토)가 아름답게 승리했다.
이상화는 18일 강원도 강릉 오벌(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소치 대회까지 2관왕의 자리에 오른 이상화에게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기분 좋은 무대였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홈에서 다시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올림픽을 앞둔 과정에서 이상화는 유쾌했다. 마음 편히 즐기겠다며 여유를 보여줬다.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편하게 보여주겠다는 정신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본 최초 빙속 여자 선수 금메달을 노리는 고다이라 나오(31)와 극명하게 비교됐다.
이미 2014 소치 대회에서 이상화는 장홍(중국)과 한중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장홍은 이상화를 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이상화의 경험이 빛을 냈다.
이상화를 추격하는 고다이라는 밴쿠버 12위, 소치 5위에 그쳤다. 이후 네덜란드 유학에서 기량이 급성장하며 평창 올림픽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일본 주요 방송사들은 2017년 연말과 2018년 연초 특집 방송에서 고다이라의 유년기와 평창 올림픽 참가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며 이상화를 꺾을 유일한 경쟁자로 그렸다.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시리즈 500m 4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6초50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었다. 지난 7일 500m 연습에서는 37초05를 기록했다. 단순히 비교하면 이상화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세운 37초28을 확실하게 지우는 기록이다.
고다이라의 상승세와 상관없이 이상화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지난달 독일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나섰던 B급 국제대회 프릴렌제컵에서는 37초18을 기록했다. 트랙 레코드로 1위를 차지했다. 알아서 흐름을 잡아갔다.
고다이라에 대해서는 '그 선수' 내지는 '그 친구'라고 불렀다.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은 올림픽 2연패를 기록한 여제의 여유였다. 오히려 최근 2년 동안 흐름이 좋은 고다이라에 도전하는 '도전자'였다.
이상화는 "내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며 알아서 열심히 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부담이 없다며 "메달 색에 상관없이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감을 남기며 올림픽을 대비했다. 결과물에 상관없이 이상화는 도전했고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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