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오전 피겨스케이팅 관전이라니. 많이 힘들고 어색하네요."
1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 프리스케이팅이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선수들은 오전 8시부터 빙판에 나와 몸을 풀었다.
통상 피겨스케이팅은 오후 경기로 치러진다. 오전 경기를 치르려면 새벽 6시부터 배정된 훈련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빙질 적응에도 애를 먹는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관 4대륙선수권대회나 그랑프리 시리즈는 모두 오후에 열렸다. 보통 오후 3시, 늦어도 7시에는 시작했다. 철저히 국내 팬들과 시청자층을 위한 일정이었다. 선수들도 큰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은 다르다. 오전 10시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이미 지난해 ISU는 평창 올림픽 피겨가 오전에 시작된 것에 착안해 2월 강릉에서 테스트이벤트로 열었던 4대륙선수권대회를 11시부터 시작했다. 미리 보는 올림픽에 하뉴 유즈루(일본), 네이선 첸(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등장한 바 있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경기니 자연스럽게 점심 시간을 걸치게 된다. 팀 이벤트 쇼트프로그램을 소화했던 한국 대표팀도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도 그렇고 선수들은 어느 정도 오전 경기 리듬에 적응했다. 어린 시절 대관 문제 때문에 새벽 훈련을 해봤던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버티더라"고 전했다.
관중들은 빙판을 고르는 정빙 시간에 음식 섭취를 하며 버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광팬이라 오래전부터 피겨를 봤다는 정윤은(34) 씨는 "팬 입장에서도 오전 피겨 관람은 정말 힘들었다. 집이 인천이라 새벽부터 KTX를 타고 왔다. 먹을 것도 싸 오려다 반입이 어렵다고 해서 경기장 내 매점을 이용했다. 출출함을 참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오전 경기라 관중석 곳곳은 비어 있었다. 개인전보다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팀 이벤트라는 특성도 있거니와 입장권 가격이 워낙 비싸 완판되지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 싱글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더블 악셀을 시도하다 제대로 회전하지 못해 언더 로테이드(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일본 아이스댄스의 카나 무라모토-크리스 리드는 연기 시작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무라모토가 엉덩방아를 찧는 등 애를 먹었다.
그나마 OAR(러시아 출신 선수)을 응원하는 러시아 팬들이 모여 응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비교적 조용했지만, 전체 관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일본 팬들은 일장기를 들고 손뼉을 쳤다. 평창이라는 장소만 잊고 봤다면 도쿄나 오사카에서 치르는 대회처럼 느껴졌다.
피겨가 오전 경기로 치러진 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미국 독점 중계권사 NBC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피겨 인기는 상당하다. 자국에서 시청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에 피겨를 배치해 상업적 이익 극대화를 노린다는 것이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IOC나 조직위에서 NBC에 배려를 해주면 해줬지 무엇인가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기 종목의 경기 시작 시간이 딱 그렇다. IOC가 쩔쩔매는 장면도 여럿 봤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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