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시작과 끝.'
모 방송사의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 시작 문구다. 이말처럼 올해 KBO리그는 KIA 타이거즈가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KIA는 정규리그와 '가을야구' 모두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통합우승을 다시 달성했다.
KIA는 정규리그에서 줄곳 1위를 지켰다. 9월 말 두산 베어스에 공동 1위 자리를 내주긴했지만 상대 추격을 잘 따돌리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20승 듀오 활약…투자 효과 톡톡히 봐
KIA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투타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힌 양현종과 최형우를 잡았다.
또한 지난 시즌 팀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헥터 노에시와 재계약했다. 세 선수는 구단의 기대 이상 활약을 보였다. 양현종과 헥터는 각각 20승을 거두며 40승을 합작했다. KIA가 정규리그 순위경쟁에서 밀려나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최형우도 142경기에 나와 타울 3할4푼2리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로저 버나디나도 복덩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는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5월 이후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보였다. 13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32도루를 기록했다. 30-30(30홈런-30도루)에 근접한 성적으로 버나디나는 최형우와 팀 타선에서 없어선 안되는 존재가 됐다.
KIA는 선수 이적 효과도 봤다. 시즌 초반이던 지난 4월 7일 SK 와이번스와 선수 4명씩을 주고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때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명기(외야수) 김민식(포수) 등은 KIA 전력에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김선빈·안치홍·나지완·이범호 등 기존 선수들도 제역할을 다했다. 김선빈은 타율 3할7푼으로 타격왕에 올랐고 안치홍과 나지완은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모두 기록했다. 이범호는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했으나 25홈런으로 장타력에 힘을 실었다.
◆두산 왕조 건설 저지
KIA도 약점이 있었다. 선발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믄 평가를 받은 중간계투와 마무리 자리다.
베테랑 임창용과 김윤동이 버티고 있었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팀은 다시 한 번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뒷문을 막고 있던 김세현을 데려왔다. 김세현 영입은 신의 한수는 되지 못했지만 마무리 자리에서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됐다.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두산과 만났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역시 저력이 있었다.
2차전 선발 등판한 양현종의 완봉 역투에 힘입어 시리즈 승패 균형을 맞췄고 3~5차전을 내리 이기며 2009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 번 가을야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세이브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정규리그에서 이어 한국시리즈 MVP를 연달아 차지한 것은 양현종이 처음이다.
그는 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에서 상복이 터졌고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되며 화려한 피날레를 보였다.
◆아듀 이승엽 그리고 새로운 별의 등장
올 시즌 KBO리그는 특별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이자 '국민타자' 칭호를 얻은 이승엽이 현역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2017년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일정이 다시 시작됐고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전무후무한 은퇴 투어를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를 시작으로 소속팀 삼성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팀은 이승엽을 위한 은퇴식을 따로 마련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삼성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지난 10월 3일 안방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렀다.
이승엽은 넥센을 상대로 마지막 경기에서 홈팬들을 위해 선물을 줬다. 은퇴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다시 한 번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연타석포로 선수 생활 마지막을 장식했다.
당시 삼성 선수들은 모두 이승엽의 등번호 36이 새겨진 특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이승엽은 이 경기를 끝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보낸 27년 동안의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는 타율 2할8푼 24홈런 87타점이라는 성적을 냈다.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여전히 녹록치 않은 방망이 실력을 보여줬다.
이승엽에 앞서 '레전드'에 이름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스타 두 명도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LG 트윈스를 대표하던 타자 증 한 명인 이병규 그리고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다시 두산으로 돌아왔던 홍성흔도 은퇴식을 가졌다. 두 사람은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넥센 이정후 리그를 흔들다
지는 별이 있다면 떠오르는 별도 있는 법. 올 시즌 KBO리그 이슈 중 하나는 넥센 히어로즈 신인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KBO리그가 배출한 불세출의 야수 중 한 명인 이종범(현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전경기(144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했고 179안타를 쳤다.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안타는 물론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홈런 15도루를 더하며 호타준족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신인왕은 당연히 이정후의 차지가 됐다. 넥센은 지난해 신재영(투수)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왕을 배출한 구단이 됐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KBO리그로 복귀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도 제몫을 다했다. 이대호는 142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로 제역할을 했고 소속팀이 지난 2012년 이후 5년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데 힘을 보탰다.
◆800만 관중 돌파…그러나 그림자도 있었다
KBO리그는 올해 새로운 기록 하나를 작성했다. 정규리그 최종일이던 지난 10월 3일 경기가 열린 5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10만8천1명으로 올 시즌 하루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역대 하루 최다 관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정규리그 최종 관중은 840만6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3시즌 연속으로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종목이자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부분도 있다. 시즌 중 불거진 전직 심판과 구단 사이의 금전 거래 의혹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기장 밖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일도 여전했다.
KBO리그가 800만을 넘어 900만과 1천만 관중 시대가 가까워 오는 만큼 국민스포츠로서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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