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어린 왕자' 구자철(28, 아우크스부르크)에게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주전은 가능할까.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휴식기를 맞아 귀국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홍명보 자선 경기에 출전해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등 사회 공헌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구자철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시즌 초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경쟁에서 애를 먹었지만 최근 들어서 자기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출전 리듬이 불규칙적이다. 올해 리그 14경기에서 풀타임 출전은 3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같은 경기 횟수로 10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잔부상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지난 16일 프라이부르크전에서는 몸살 기운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호텔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갑자기 몸살 기운이 왔고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서 출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팀에서 잘 해내야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구자철은 아픈 기억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직전 오스트리아 1차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고도 이근호(강원FC), 신형민(전북 현대), 곽태휘(FC서울)와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절치부심해 2014 브라질월드컵은 주축으로 나섰지만 1무 2패의 쓴맛만 보고 왔다. 이 때문에 2018 러시아월드컵은 자신이 누비고 있는 독일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본선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구자철은 자선 경기가 끝난 뒤 "시즌 초반에 어려웠지만, 경기에 나서면서 감각을 찾았다. 전반기 막판에는 소속팀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경기장에서도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본선에 만나는 상대는 조직력의 스웨덴과 멕시코, 최강 독일이다. 조추첨 당시 동료들과 원정을 가는 기차에서 태블릿 PC로 봤다는 구자철은 "독일 친구들이 앞 두 경기를 잘 치르고 만나자고 하더라"며 웃었다. 독일에서 뛰니까 자신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구자철은 "월드컵은 생각 이상으로 치열한 무대다. 정말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조건 대표팀에 승선한다는 보장도 없다. 구자철은 10월 러시아, 모로코전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2-4,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11월 콜롬비아전에서는 조커로 나서 8분을 뛰며 2-1 승리를 봤고 세르비아전에는 선발로 나서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후반 25분까지 뛰었고 1-1 무승부를 봤다.
절묘하게도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원톱 전환, 이재성(전북 현대)-권창훈(디종FCO) 날개 시험 등을 하면서 구자철의 역할은 애매해졌다. 이들이 구자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멀티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4-4-2 포메이션에서 구자철의 설 자리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투톱 가동 시 그렇다. 중앙 미드필더 두 명도 투쟁력 좋은 수비형과, 패스마스터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상대가 강해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이 필요한 3-4-3에서도 마찬가지,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안정형 운영에서나 중용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K리거들이 분전하면서 구자철은 사실상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공격, 미드필더진 조합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회복한다면 구도는 더 복잡해진다. 그나마 신 감독의 신뢰를 유지하며 꾸준히 부름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익명의 한 축구 해설가는 "구자철은 많이 뛰고 전방으로 침투력이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다양한 활용이 장점이다. 다만, A매치를 치러 오면서 비슷하면서 다른 이재성이나 권창훈이 좀 더 매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묘한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 구자철이다. 그는 "모든 선수가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소속팀부터 부상을 비롯한 관리를 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최고의 컨디션에서 대표 팀에 오는 상황이 좋은 경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종 선발까지 긴장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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