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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 담배 한 갑으로 만든 '강철비' 결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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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전작 '변호인'과 다르지만 같은 작품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영화 '변호인'(2013)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이 신작 '강철비'를 내놨다. 두 영화는 언뜻 비슷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는 달라도 양우석 감독은 전작에 이어 '강철비'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묵직하게 끌고 간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양우석 감독.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다. 그는 이러한 지식과 통찰력을 영화라는 장르적 매체 안에 녹였다. '강철비'(감독 양우석, 제작 모팩앤알프레드)는 현재 북한 핵을 둘러싼 국가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그린 영화다.

'강철비'는 북한 권력 1호와 정예요원 엄철우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한반도 최대 위기를 그린 첩보액션 영화. 정우성은 북한 정찰총국 출신 정예요원 엄철우, 곽도원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를 연기한다. 최근 조이뉴스24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양우석 감독을 만나 영화를 만든 계기, 과정과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눴다.

이하 양우석 감독과 일문일답

-'변호인'으로 천만 감독이 됐다. '강철비'는 역사드라마 '변호인'과 확연히 다른 첩보액션 장르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

"영화를 만들 때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생각한다. 다음에 이 기획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마지막으로 어떤 장르가 여기에 그나마 잘 어울릴지 고민한다. 장르가 변한다는 부담감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관련된 공부, 적합한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강철비'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06년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다. 그걸 보면서 핵 관련 사태가 심각해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이중적이다. 너무 과민 반응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아니면, 있었도 무시하는 것처럼 산다. 이렇게 북한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일치하지 않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핵 관련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핵 문제는 일상화됐다. 위험이 일상화돼 둔감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맞다. 나는 이를 '키치화 됐다'고 표현하고 싶다. '키치'라는 말은 문화의 하위 장르에서 쓰이는 말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을 멀리 떨어진 곳에 두거나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김정은, 핵 문제가 문화적으로 하위 장르로 소비되고 있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연세가 있는 분은 핵 문제에 과민반응 하고 젊은 분은 (그렇지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영화적 제안을 하고 싶었다."

-분단의 역사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치 소재를 다루는 것만으로 선입견이 생기기 쉽다. '변호인'에 이어 정치적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변호인'으로 나를 낙인 찍을 사람은 다 찍은 것 같다.(웃음)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뒤 그 결과물은 관객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변호인'을 봤고 그렇게 (영화대로) 해석했을 거다. 안 본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해석을 했을 거다. 나는 상상력을 다루는 사람이다. 세상은 상상을 주고 나는 상상력으로 작품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상상하는 데 제약 받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건 내 몫이다."

-영화 속 이야기를 해보자. 남한 곽철우는 극 초반에서 "핵은 핵으로밖에 못 막는다"고 말하며 핵 보유를 주장하는 듯 하다. 곽철우 캐릭터가 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여러 입장 중 이 스탠스를 굳이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곽철우는 청와대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외교는 정치와 다르다.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외교다. 곽철우는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항상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외교안보 매뉴얼이 있다. 장사와 비슷하다. 핵과 관련된 매뉴얼은 핵이 만들어지면 그 국가와 반대 이해관계에 있는 다른 국가가 핵을 갖는다는 거다. 실제 역사에서 미국이 핵을 가지자 소련이 핵을 갖고 그 다음에 영국과 프랑스가 핵을 보유하지 않았나. 당시 사정이 좋지 않던 중국 또한 소련 때문에 핵을 갖는다. 핵이라는 무기는 국가가 가난하든 아니든, 적성국이 가지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갖는다. 그래서 극 중 곽철우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핵은 핵으로밖에 못 막는다'고 말하는 거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남북 철우의 관계 깊이다. 엄철우와 곽철우 관계는 소위 '신파' 같지 않다. 극 중 남북 철우가 함께 있는 36시간 정도만, 너무 깊지 않게 이들 관계를 그려냈더라.

"여기에서 영화의 장르적 선택이 드러난다. 어떤 분은 이 영화가 버디무비라고 하더라. 버디물이라는 건 인물들이 관계를 맺고 '관계의 지향점이 이렇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강철비'는 버디물 같은 성격이 부분적으로 보일 뿐이지 관계맺기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서 두 인물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관계 맺는 게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가장 큰 특징이 두 인물이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거다. 중요한 건 관계 지향이 아니라, 이들이 같이 보고 있는 게 한반도 위기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다."

-상대적으로 버디물이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오히려 버디물이 흥행에 더 도움되는 장르적 요소일 텐데.

"버디물이면 장르가 더 쉬울 가능성이 있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애초 기획한 것과 배치될 수 있다. 사람들은 북핵 관련 뉴스에 너무 질렸다. 또 뉴스는 거의 단면적으로만 소비될 수밖에 없다. 나는 북핵 문제를 영화적 장르 안에서 복합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강철비'는 영화보다 웹툰으로 먼저 기획됐다. 웹툰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했나.

"웹툰은 공간예술이고 영화는 시간예술이다. 웹툰은 독자가 재미 없으면 뒤로 넘기거나 보다가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수 없다. 또 웹툰은 글씨와 그림이 있고 영화는 살아 있는 배우가 연기한다. 그래서 영화는 배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앞서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엄철우가 갖게 되는 휑한 슬픔을 정우성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더라. 그렇다면 곽도원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변호인'에서 곽도원이 연기한 차동영을 나쁜 남자로 그렸다. 언젠가는 곽도원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멋진 남자로 해보고 싶었다.(웃음) 곽도원은 성실하고 연기도 잘해서 '다음 작품에도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곽도원이 곽철우를 연기할 거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니 더 편했다."

-두 인물의 어떤 호흡을 기대했나.

"엄철우와 곽철우는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다. 우리나라 엘리트는 대부분 세파에 닳거나 피곤하게 그려진다. 곽철우는 이런 엘리트의 이미지와 다른, 소년의 모습이 남아 있는 걸 그리고 싶었다. 한반도 문제를 직시하기 위해선 전문가적인 면모뿐 아니라 소년처럼 열린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남북 문제에 지쳤다.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소년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엄철우도 순수하고 우직하지만, 이 모습은 어른의 순수함과 우직함이다. 가족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게 그렇다. 한쪽은 순진함에 가까운 소년 같은 모습, 다른 한쪽은 어른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다르지만 비슷하다. 이런 캐릭터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만난다면, 함께 있는 36시간 동안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철저하게 곽철우 입장에서 생각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의 결말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담배 한 갑을 들고 밖으로 나가, 곽철우라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생각했다. 곽철우는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의 이익을 고민한 사람이다. 친구의 결정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고, 일시적 평화는 유지될 수 있지만 강경파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느 선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북한 1호가 있지만 마냥 데리고 있을 수도,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다. 또 '핵은 핵으로밖에 못 막는다'는 걸 구현해야 한다. 최소한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는 것. 이게 대한민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라고 곽철우는 결론을 내린 거다."

-결말을 위해 참고한 자료가 있나.

"데이터를 10년 정도 모았다. 그걸 보면서 고민해왔다.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의 선택지는 4가지다. 첫번째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하는 거다. 하지만 이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 두번째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거나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는 거다. 미국은 본토에 핵무기가 닿을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제거할 거다. 세번째는 현상태가 유지되는 거다. 현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내부의 어떤 힘으로 북한이 붕괴될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효과도 미지수다. 네번째는 북핵을 지역핵으로 변환하는 거다. 이스라엘식으로 미국이 (북한에) 핵을 쏠 것 같으면 '우리가 먼저 핵을 쏠게'라고 하는 거다. 곽철우는 첫번째와 네번째 선택지를 섞어 북핵을 무력화하고 핵균형을 잡는 거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평가 받을 만큼, 여러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지 않나.

"글을 쓰다 보면 자료를 많이 봐야 한다. 어떤 소재를 고르면 그 후부터 (분야를) 넉넉하게 보려고 한다. 관심 있는 것과 관련된 책을 사고, 기사가 보이면 이걸 스크랩하거나 블로그에 저장해놓고 오랫동안 생각한다. 이러다 보면 데이터가 말을 걸 때가 있다. 그러면 그 다음엔 캐릭터를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인 중심은 알 것 같고 그렇다면 여기에 가장 좋은 프리즘은 뭘까' 고민한다. 여기에서 프리즘은 캐릭터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그 다음에 어떤 장르가 좋을지 생각하고 집필한다."

"프리즘은 캐릭터를 통해 제안하는 게 적합하다. 나는 영화에서 곽철우라는 캐릭터로 '북한을 이런 식으로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그 사람 입장에서 결론을 냈다. '이렇게 하자'라는 게 아니다. 공상 또는 몽상이라는 단어에는 힘 력(力)자를 붙이지 않지만 상상에는 력(力)을 붙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상력이다. (기술적으로) 핵 무기를 갖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상상력이다."

한편 '강철비'는 지난 14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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