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의 일본 축구대표팀이 끈질긴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쉽게 지지 않은 팀으로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첫 경기에 이데구치 요스케(감바 오사카)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이겼다.
12일 중국과 2차전에서는 전반 강한 압박에 막혀 애를 먹다가 후반 39분 고바야시 유(가와사키 프론탈레)와 43분 쇼지 겐(가시마 앤틀러스)의 연속골로 2-1로 승리했다. 순간 집중력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골을 만드는 능력을 체력을 앞세웠던 북한과 중국 앞에 제대로 보여줬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16일 한일전이다. 2승을 거둔 일본은 1승 1무를 거두고 있는 한국에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개최국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불행한 역사를 지울 수 있는 좋을 기회다.
전날(13일) 가볍게 회복 훈련을 했던 일본은 14일 아지노모토 니시가오카 스타디움에서 1시간 20분동안 훈련을 진행했다. 특별한 전술 훈련 보다는 가벼운 런닝에 약간의 코어 트레이닝 후 볼을 활용한 템포와 터치 향상에 집중했다.
특별함이 보이지 않은 것 같았지만 미묘한 변화가 있는 훈련이다. 통상 일본은 코어 트레이닝을 먼저 했다. 몸의 근육을 완벽하게 푼 뒤 달리기를 하고 패싱 훈련 등으로 전환한다. 중앙선 부근에 모두 모여 매트를 깔고 근육 풀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5분이나 그라운드 주변을 돌았다. 강도를 조절하며 뛴 뒤 기초 훈련에 힘을 쏟았다. 호흡을 터트려 놓고 훈련을 이어간다. 이후 순간 폭발력이 필요한 스프린트와 깃발을 사이에 놓고 움직이는 민첩성 강화 훈련도 15분 정도 이어졌다. 터치 횟수를 늘려가며 볼을 다루는 훈련도 바로 이어졌다. 볼을 다루면서도 템포를 알아서 조절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일본 훈련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다.
절묘하게도 3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던 알제리의 훈련과 동일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당시 알제리의 체력 훈련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 때문에 자국 언론 및 알제리 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기술 향상도 모자라는데 체력 훈련에 왜 힘을 쏟느냐는 지적이 따랐다.
반전의 알제리는 한국·러시아·벨기에를 상대로 선전하며 16강에 올랐다. 한국전 전날에도 기초 체력 훈련에 열을 올렸고 4-2로 승리했다. 16강에 진출해 독일과 연장 혈투를 벌였다. 많이 뛰면서 공간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쉽게 골을 내주지 않았다. 90분 동안 비겼고 연장전에서 골 전쟁을 벌여 1-2로 졌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에 근성 있는 축구를 주문하고 있다. 기존의 패싱 축구에서 빠른 역습이 가미되는 축구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재미가 떨어지고 일본이 원하는 축구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도 비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일본은 체력 훈련에 공을 들였다. 한국전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체력 훈련 비중이 상당했고 이는 우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세 골을 넣으며 뒤집는 힘을 보였다.
익명을 원한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는 "할릴호지치의 스타일이 묻어 나는 훈련 방식이다. 내용이 고루해도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 일본 선수들의 기본기를 믿고 있는지 체력 훈련 비중이 꽤 있다"며 "문제는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팀에도 통하느냐인데 아마도 체력과 정신력 모두가 필요한 한국과 경기는 중요한 검증 무대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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