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물러설 곳은 없다. 그야말로 피하기 어려운 승부가 눈앞에 왔다.
지난 두 경기에서 실험을 했다면 이제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확인하는, 성과물을 손에 넣어야하는 무대가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북한과 2차전에서 리영철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했다.
1승 1무 승점 4점이 된 한국은 2위를 유지했다. 한국-북한전이 끝난 뒤 열린 일본과 중국전은 일본이 웃었다. 중국의 수비에 고전하다 두 골을 터뜨리며 2-0으로 이겼다. 일본은 2승을 거두며 승점 6점으로 1위가 됐다.
절묘하게도 16일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한일전은 결승전이 됐다. 두팀의 겨루기에서 승자가 우승을 차지한다.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조건상만 놓고 본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낫다. 아시안컵이 아닌 동아시안컵이라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일전'이라는 무게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대회가 아닌 3경기면 끝나지만 월드컵 리허설을 하기에는 적격이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스웨덴·멕시코·독일과 묶여 있다. 만약 본선에서 1승 1무 상황을 만든 뒤 이번 대회 일본처럼 최종전 상대가 역시 2승을 거둔 독일이라면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
한일전은 골이 많이 나지 않는 특수한 경기다. 물론 상대가 갑자기 무너지면 다득점도 가능하다. 경기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알 수 없다. 심리적 그리고 기술적인 모든 부분을 총동원해 대응해야 한다.
일본전에는 우승이라는 가능성이 있다. 우승은 곧 월드컵의 16강 진출과 같다. '디펜딩 챔피언'인 한국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희생양 대신 재를 뿌려주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독일도 월드컵에서는 사실상 지리적인 장점을 앞세워 홈 분위기로 한국을 만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앞선 스웨덴과 멕시코전을 그르치면 독일전은 무소용이다. 하지만, 각각의 경기마다 콘셉트가 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E-1 챔피언십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과정과 결과 모두를 잡겠다는 신 감독의 의지를 한일전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면 된다.
이번 대회에 나선팀들은 북한을 제외하고 철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중국은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고 일본도 전원 국내파로 완전체에 낄 선수를 찾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일본의 한 신문사 기자는 "일본은 패스로 담대하게 경기를 풀어갔던 과거와 달리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에서는 기다리며 정확하게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역습 형태의 경기를 한다"며 "이번 대회도 그렇고 월드컵에서도 기다리며 대항하는 축구를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새 얼굴을 확인하면서도 수비 실험 등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고 있다. 신 감독이 북한전에서 들고 나왔던 플랫3 수비를 두고 "월드컵에 나가면 우리보다 다들 강한 팀이라 플랫4는 물론이고 플랫3 수비도 써봐야 해서 준비했다. 무실점을 칭찬해주고 싶지만, 수비에 무게를 두면 공격이 무뎌지고 공격에 무게 주면 수비가 약해진다"며 무뎠던 공격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일본은 두 경기를 통해 상대의 저항에 버티면서 골을 넣어 결과를 결정했다. 결정력이 다소 떨어지는 한국 입장에서는 김신욱(전북 현대)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 등 공격 3인방의 경쟁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신 감독도 "여기가 일본이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겠다. 일본과는 월드컵 본선에 같이 나가는 팀이니 함께 멋진 경기를 하면서 승리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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