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에서 고종수(39)라는 이름 석 자는 성공과 실패가 뒤섞인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그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이동국(38, 전북 현대) 안정환(41)과 함께 K리그에서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그가 뛰었던 수원 삼성은 1998년과 1999년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고종수는 골을 넣으면 텀블링 세리머니로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그만큼 사건과 사고도 잦았다. 당시 그를 지도했었던 김호(73) 대전 시티즌 사장은 "(고)종수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문제였다. 어린 선수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그랬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망가져 가던 고종수는 2007년 대전 시티즌에서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호 사장과 재회해 부활에 성공했다. 대전도 당시 리그 6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절묘하게도 고 감독과 김 대표는 10년 만에 다시 한팀에서 뭉쳤다. 감독과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챌린지(2부리그)로 추락해 올해 꼴찌가 된 대전 살리기라는 특명까지 주어졌다.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식을 연 고 감독은 "클래식 승격이 목표다"면서도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꼼꼼하게 확인하고 그동안 지도자 경험을 잘 정리해서 팀을 조금씩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수원 코치 신분으로 외국인 공격수를 살피기 위해 브라질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11월 초) 스승 김호 대표가 대전으로 온 다음부터 차기 지도자 선임 과정에서 여러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파격적으로 고 감독이 지휘봉을 잡있다. 이번달 수원과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절묘한 선택이 됐다.
지난달 30일 귀국한 그는 수원 구단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와 임시 구단주인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과 김택수 정무부시장을 만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아직 대전 내 거주지도 구하지 못했다. 당분간은 선수단 숙소에 머무를 예정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선수단 파악을 할 시간도 없었다. 대전 선수들은 이날 경기장에서 피로 회복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선수단 개편 등 현안은 산적하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장원석이 선수 대표로 고 감독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수단과 마주한 고 감독은 긴말은 하지 않고 악수만 나눈뒤 사진을 찍었다. 정장이 아닌 운동복을 입고 찍었다면 팀 내 최선참 선수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아직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물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스승 김호 대표와는 협력과 긴장이라는 밀당을 해야 하는 관계가 됐다. 가장 무서운 것이 '사제 관계'니 얼마나 하겠느냐는 시선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고 감독은 "(김 대표에게)조언을 받으면서 장점만 최대한 많이 가져오겠다"며 실리주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종수라는 유명한 사람이 감독이냐'는 것과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다. 다만, 일반인들에게는 국가대표까지 했었던 고종수라는 이름이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수원 이미지 걷어내기도 필요하다. 고 감독은 수원에서 함께 현역 선수 시절을 보냈었던 김진우(42) 전 수원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고 감독은 "전화를 걸어서 수석코치직을 제안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다. 도와 달라고 하니 흔쾌히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부터 고 감독과 김 코치까지 수원 출신들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골수 대전 팬들에게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대전은 클래식 시절 수원만 만나면 거칠게 달려 드는 등 남다른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대전 관계자는 "어떤 팬은 대전이 수원의 위성 구단이냐고 하더라. 이런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식을 통해 본격적인 지휘에 나선 고 감독에게 할 일은 산더미다. 선수단부터 사무국 직원들의 안면을 익히며 진정한 감독으로 거듭나야한다. 외풍이 많은 시민구단의 구조도 극복 과제다. 조금만 부족해도 나쁜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고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부딪히며 느껴보겠다. 경험 미숙이라는 말도 있는데 최대한 듣지 않기 위해 빠짐없이 확인하겠다"며 자신을 채찍질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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