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으로 불리는 박지성(36)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맡아 본격적인 행정가 역할을 시작합니다. 축구협회가 7일 내놓은 임원 인사에 박지성이라는 이름 석 자가 유독 진하게 보이더군요.
박지성은 그동안 영국에서 생활하며 축구 행정 공부에 열중했습니다. 지난 7월 스위스 노이샤텔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 졸업식을 통해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9월 마스터코스를 통해 드몽포르대(영국), 밀라노대(이탈리아), 노이샤텔대 등에서 인문학·마케팅론·커뮤니케이션·국제법 등 스포츠와 연관된 학문을 배우며 지식을 쌓았습니다. 졸업 후에는 세계 축구의 규정을 정하고 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로부터 아시아 지역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직책이 붙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시아 축구연맹(AFC) 사회공헌분과위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글로벌 앰버서더를 맡고 있죠. 또, 딸 연우(2)의 아버지이자 아내 김민지(32)의 남편 등 1인다역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입니다.
물론 박지성에게 가장 중요한 직책은 유소년 선수를 키우는 JS파운데이션 이사장입니다. 2011년 2월 설립해 각종 축구대회를 만들고 불우한 환경에 놓인 축구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죠.
이 때문에 박지성이 ''유스''전략본부장을 맡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원래 유스 분야는 기술위원회 산하조직이었습니다. 기술위원회에서 유스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조이뉴스24' 독자 여러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기술위원회는 A대표팀의 운명에 따라 휘청거리고 위원이 늘 교체되면서 전문성, 연속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죠. 그래서 새새로운 조직 개편에서 박 본부장 선임은 축구협회가 얼마나 유스 양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지성도 현장에서 유스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개최한 2017 JS컵 12세 이하(U-12)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통해서입니다. 이 대회는 독특합니다. 다른 대회는 성적이 나쁘면 조기에 짐을 싸서 가지만 JS컵은 성적에 상관없이 대회 끝까지 경기를 치릅니다. 마지막에는 박지성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면서 꿈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JS컵 유지에 난관이 봉착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축구협회가 국제대회 개최 시 국내팀과 해외팀 비율을 무조건 50대50으로 맞추라는 정책 선언이 느닷없이 나온 겁니다. 1년 유예 기간을 주기는 했지만 다년간 지자체 또는 후원사와 계약으로 돈을 받아 운영하는 측에서는 당황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축구협회의 변화는 일단 기본적으로는 수긍 가능해 보입니다. 국제대회가 난립하니 승인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겁니다. 이 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에게 물어보니 "국제대회는 아시아 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모두 보고가 되는 사항이다. 그러니 축구협회가 공신력 있는 대회 육성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왕중왕전이 폐지됐고 말이 많았던 권역별 유스 육성 정책인 골든 에이지(초등부의 경우)도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조이뉴스24 취재 결과 수도권 이남에서 열리는 한 지역 대회는 지자체가 스스로 대회를 없앴다더군요. 알아보니 대회를 만드는 대행사가 해외팀 유치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명칭은 꽤 괜찮은 대회였지만, 껍데기만 화려했던 겁니다.
초청비를 받는 등 운영비를 아껴 수익 내기에 골몰하다 엉망이 된 대회라고 하더군요. 대충 다수의 팀이 와서 경기만 치르고 돌아가니 대회에 나섰던 팀 감독들도 외면한답니다. 상대에게 배울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선수가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겠죠.
유예 기간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50대50을 맞춘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JS컵의 경우 초청팀 모두의 초청비용과 국내 체류 비용을 모두 JS파운데이션이 부담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팀은 박지성의 힘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견학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최대한 좋은 팀을 초청해서 질 높은 경기를 통해 '우리 유소년'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죠.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의 말은 이렇습니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그는 "축구협회의 정책은 이해는 하지만 어떻게 갑자기 해외팀을 동수로 맞추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축구 이미지가 나빠져서 유스팀에 입문하려는 선수가 점점 적어진다. 우리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도 그렇다. (박)지성이는 정말 유스만 생각하는 데 고민이 크다. 솔직히 박지성이라는 이름만 걸고 지금까지 왔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대회 운영 노하우가 있는 한 업계 대표의 말입니다. "대회 운영에는 여러 관계가 걸려 있다. 수준이 높아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좋은 팀이 몰리고 서로에게 배우려고 한다. 또, 유치하려는 지자체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유소년 대회가 열리면 선수만 오는가? 학부모도 내려오고 많은 팀이 오래 머무르면서 지역 경제에 생기가 돌아야 한다. 왜 그렇지 않은가, 많은 지자체가 특정 대회를 통해 경제효과 얼마가 나온다고 말이다. 축구협회의 정책 변화는 대회 운영자나 지자체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크다. 아마 JS파운데이션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맞습니다. 솔직히 유소년 육성 사업은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프로 산하 유스팀들도 사실상 비용을 들여 육성해 프로에 데뷔시켜 키우기까지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평창도 박지성을 통해 올림픽을 홍보하면서 대회를 통해 좋은 선수가 나오기를 바라고 장소와 비용을 제공했는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흔들릴 위기에 처한거죠
박지성도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버텨 온 모양입니다. 수원에서 시작해 평창까지 간 것인데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그렇지 않아도 축구 이미지 하락으로 유소년 축구 선수의 숫자가 적어지는 등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게 된 겁니다.
비단 JS컵의 사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우수한 국제 대회도 점점 상대국의 수준에 밀리는 것이 보인답니다. 결과는 이겨도 내용 면에서는 완패인 경우가 많답니다. 획일화된 유스만 나오니 K리그에서는 점점 스타 기근 또는 특정 포지션 에이스가 나오지 않고 이는 고스란히 대표팀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복잡한 현실을 본 박지성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유스전략본부장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유럽에서 보고 배우면서 유스가 결국은 그 나라 축구의 힘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네요.
그래서 더 놀랍니다. 국제기구에서 시작하리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말이죠. 박성종 씨는 "(박)지성이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이상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행정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다른 분야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유스에만 집중한다"라고 합니다. 박지성은 조만간 영국에서 귀국할 예정입니다.
유스 육성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박지성의 의지가 어려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우리 유스'를 육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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