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거친 파도를 한 번 헤쳐 나가봐야죠."
대한축구협회가 7일 임원급 인사 개편을 했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두 가지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8)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무이사로 행정을 시작했다는 것과 '영원한 캡틴' 박지성(36)이 유스전략본부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특히 축구협회 살림살이를 정몽규 회장 바로 아래서 책임지는 홍명보 감독의 전무 발탁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전임 안기헌 전무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축구협회의 개혁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에 사생활 논란이 겹치면서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의 임기를 수행하지 못하고 201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 감독을 맡았지만, 갑급리그(2부리그) 강등으로 역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개인적인 굴곡이 있기는 하지만 홍 감독은 자신이 세운 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축구 꿈나무 발굴을 게을리 않았다. 매년 수비수 육성 프로젝트를 따로 진행했고 2003년 시작한 자선 축구 경기를 이어오고 있다. 합리적인 재단 운영으로 행정 경험을 어느 정도 보여준 셈이다.
홍 전무는 8일 '조이뉴스24'와 전화 통화에서 "한국 축구가 위기일 때 중요한 일을 하게 됐다. 여러 가지로 어려울 것 같지만 잘 극복해야 한다"며 휘청이는 축구협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몽규(55) 회장은 전무 자리를 놓고 숙고를 거듭하다 홍 감독에게 제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한 핵심 관계자는 "정 회장이 브라질월드컵 감독 선임 과정과 그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홍 감독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모든 것이 작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홍 감독의 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전했다.
축구협회 전무는 단순히 축구대표팀만 지휘하는 자리는 아니다. 연령별 대표팀부터 생활 축구 모두를 관장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정 회장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해관계 조정에 있어서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물론 대표팀과 관련한 상황이 벌어지면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이 지적을 받는 자리 중 하나다.
이를 알고 있다는 홍 전무는 "한국 축구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책에 참고하겠다. 많은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홍 전무의 원래 꿈은 행정가였다.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했지만, 장학재단 설립 등을 통해 행정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오랜 시간을 돌아 자신이 꿈꿨던 곳으로 진입한 셈이다. 그 역시 "행정가에 대한 생각은 놓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서 경험했으니 이제는 협회 행정을 통해 보완하겠다"며 차분하게 움직이겠다고 다짐했다.
축구협회는 오는 16일 대의원총회를 연다. 총회에서 이번 개편안이 승인되면 정식으로 전무직을 수행한다. 홍 전무는 축구협회를 비롯해 한국 축구가 난파선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거친 파도를 한 번 헤쳐 나가보겠다. 주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점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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