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신태용 감독 체제로 러시아월드컵까지 간다는 사실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더는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6일 제7차 기술위원회를 주재한 뒤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며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논란으로 촉발된 축구대표팀 사령탑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했다.
신 감독과는 본선까지 계약한 이상 이를 확실하게 지켜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동시에 신 감독이 요구한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코치 보강에 대해서도 수긍하며 적임자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전폭적인 신 감독에 대한 신뢰 표현인 것은 확실하다. 이날 기술위에서는 본선까지의 로드맵도 확정했다. 최대 12번의 공식 평가전과 베이스캠프 사전 답사까지 일찌감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크게 무리가 없는 계획이다.
문제는 '뜨거운 감자' 히딩크 감독 역할에 대해 여전히 모호하게 일 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을 "모시는" 입장이라고 표현한 김 위원장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사전에 어떤 역할을 지정하고 접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부임설이 예상보다 커지자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떠한 역할이라도 맡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심리전의 달인인 '여우' 히딩크 감독의 여론 접근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알아서 축구협회가 어떤 선물을 가져오게 만드는 형식을 말 몇 마디로 만든 셈이다. 이메일도 주고받았지만 특별한 반응이 오지 않았으니 축구협회가 더 애가 타는 상황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지난 25일 10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사면초가"라고 표현했다. 월드컵 본선 확정 후 A매치는 표현 그대로 '평가'전이다. 본선까지 좋은 경기력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경기일 뿐이라 내용, 결과 모든 것을 잡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히딩크의 그림자로 인해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경기력이 나쁘면 그렇지 않아도 히딩크를 선임하라는 여론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된다. "10월 A매치부터는 공격 축구를 시도하겠다"고 선언했던 신 감독 입장에서는 자기 스타일을 제대로 입히지 못하고 어정쩡한 축구만 할 수도 있다.
10월 7일 러시아 평가전에서 김 위원장과 히딩크 감독이 만나서 역할을 나누는 것은 경기 외적인 일이다. 러시아전이 주목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은 신 감독의 부담만 가중하는 일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축구협회 수뇌부가 좀 더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히딩크 감독과 협상을 좀 더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역할을 부여하고 만날 예정이라면 시간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K리그 현장 점검을 계속하면서 본선 계획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축구 인생까지 던졌고 본선 티켓까지 가져왔는데 돌아온 것은 찬사 대신 비판이다. 또 한 명의 지도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기 전에 축구협회의 적극적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히딩크와도 빨리 만나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을 과거 비슷한 사례 분석을 통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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