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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신태용 감독의 본선 준비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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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과는 '한국 축구 기여'에 대한 활용 방안을 확인해야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이 새로운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롭다기보다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다. 10월 러시아, 튀니지와 유럽 원정 2연전으로 본격적인 신태용 감독식 축구 만들기에 돌입해야 한다.

대표팀을 감싼 기류는 외적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거스 히딩크 감독 측과 대한축구협회 사이의 소통 문제가 터져 나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 재단 측에서 히딩크의 한국 축구 관심설을 흘렸고 여론은 돌풍에서 태풍으로 변했다.

묘하게도 축구협회는 2011년 전임 집행부가 저지른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라는 대사가 걸려 여론의 관심이 폭발하는 시점에서 밝혀진 일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크기는 확실히 달랐다.

김호곤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의 말 바꾸기도 아쉬운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대표팀 지원 행정력 공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나섰다. 2012년 울산 현대 감독 재임 시절 소위 철퇴 축구로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하는 등 명예도 있고 축구 행정에 기여하기 위해 음지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적폐'가 됐다.

물론 김 위원장의 매끄럽지 못한 소통도 이번 히딩크 감독 사태를 키웠다. 나이가 있는 김 위원장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히딩크 측에서 보낸 메시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히딩크 감독 측이 보낸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부회장이던 때 보낸 것이다. 기술위원장이 아니던 때 받은 문자가 제안으로 둔갑하는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히딩크 감독의 진심과 상관없이 일부 측근의 교묘한 메시지 전달 시점에 그물처럼 얽힌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축구협회 내부 메시지를 조율하는 팀의 의견이 공유되지 않은 점은 분명 다시 확인해야 한다.

축구협회의 A대표팀 감독 선임은 전적으로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들의 난상토론을 통해 결정된다. 이번 기술위는 현직 K리그 감독까지 끼어 치열하게 후보군을 좁히며 자질을 확인하는 과정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이를 통해 신태용 감독이 사령탑으로 선정됐다.

신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그만두고 백수로 있던 그에게 제안이 왔고 군말 없이 받았다. 2014년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1년짜리 감독으로 소비했던 전례가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신 감독은 언론에 협조를 구하며 본선에 가는 축구에 집중했다. 0-0이라는 두 번의 무승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란전은 원정팀처럼 최악의 잔디를 극복하며 뛰었고 우즈벡전은 지면 탈락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투쟁적으로 싸워 최대의 결과를 만들었다. 플레이오프나 탈락이라는 결과가 있었다면 그 어떤 후폭풍이 휩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논란으로 신 감독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신 감독은 자신이 분명한 역할을 해놓고도 비겼다고 욕을 먹었다. 일단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가 중요했는데 내용+결과를 모두 잡으라는 여론의 욕심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겨우 두 경기를 16일 사이에 지휘하고 '히딩크를 위해 사퇴하라'는 식의 막무가내 의견을 받기에는 그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신 감독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10월 유럽 원정 A매치는 해외파 중심으로 치른다.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가 A매치 기간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11월에나 완전체로 A매치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은 본선 조추첨이 이뤄진 뒤 치러진다. 새 얼굴을 확인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본선 대비를 위한 준비가 시급한 이유는 일정으로 나왔다. 내년 1, 2월 사이 2주의 전지훈련 기간이 있지만 사실상 K리거만 활용할 수 있다. 3월 A매치까지 팀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공격지향 축구를 하는 신 감독은 팀을 조금씩 바꿔 보겠다며 자신의 계획을 전한 이상 그에 맞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월드컵은 감독 혼자 구상하고 치르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이 현지 적응과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도움을 주겠다면 축구협회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야 한다. 러시아 원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화를 해야 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기여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하겠다는 히딩크의 약속이 표면적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다.

수장 신 감독에 대해서는 분명한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 그래야 본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찬사와 비판 모두 수용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을 끝으로 떠난 뒤 국가대표를 온전하게 맡아 꾸린 국내 감독이 있었는지, 축구협회가 '히딩크가 뿌린 유산'을 제대로 활용했는지 확인하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경력을 잘 쌓은 지도자를 쉽게 잃기 싫다면 더더욱 지원과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신 감독은 K리그,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귀한 자원이다. 지도자 한 명 키우기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점을 축구협회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대표팀의 행정 지원은 항상 음지에서 빛났다. 겉으로 드러나 문제가 커져서 주체가 뒤로 밀리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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