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축구대표팀의 조기 소집을 놓고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등 혼란도 상존한다.
축구협회는 오는 8월 31일 이란(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원정)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A대표팀의 소집일은 8월 28일이지만 조기 소집에 힘을 모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일주일 앞선 같은 달 21일로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조기 소집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미 K리그는 지난 5월 말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조기 소집을 위해 리그 휴식을 가진 바 있다. 조기 소집 무용론이 나왔고 카타르전을 패해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공멸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기 소집의 불가피성을 높이고 있다. 8월 26일에는 강원FC와 전남 드래곤즈, 27일에는 포항 스틸러스, 광주FC, 제주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가 홈경기를 치른다. 주말 경기 관중 동원이 용이한 홈경기 개최권을 가진 구단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프로축구연맹 경기 규정 제24조 ''경기일시 또는 개최지 변경''에 따르면 ''공식 경기의 일시, 개최지 변경은 해당 구단의 합의 후 연맹의 승인을 거쳐 조정할 수 있다. 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청내용을 기준으로 연맹이 심의하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연맹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며,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일정변경으로 인한 비용 발생은 귀책사유가 있는 구단에서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정 변경 신청은 해당 경기 개최 일부터 15일 이전까지 사유를 명기에 연맹에 신청하고 연맹은 10일 전까지 변경에 대한 결정을 해당 구단에 통보한다. 보통은 경기장 시설이나 대관 문제 등이 얽히면서 일정이 변경되지만 이번에는 사유가 ''특수''하다는 점에서 변경까지의 절차는 시간이 걸릴 문제가 됐다. 축구협회가 오는 17일 이사회에서 조기 소집 요청을 안건으로 올리면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홈 경기 개최권을 갖고 있는 구단들은 경기장 대관 일정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나마 10월 1일 33라운드 전까지 특별한 대관 행사는 대부분 없어 조기 소집에 따른 순연 경기를 치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원정팀의 경우 숙박 변경 등 금전적인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어 전북의 경우 제주 원정 경기가 잡혀 있다. 연맹의 시즌 일정이 나온 순간 항공권을 예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동탁 전북 현대 부단장은 "프로연맹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항공권 예매 변경 등의) 수수료는 모두 구단이 부담해야 한다. 어쩌겠는가.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프로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한 구단 사장은 "일단 조기 소집 이야기를 정식 통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거북하다. 감독들이야 지도자의 마음으로 조기 소집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구단은 다르다"며 "9월에 주중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날짜가 거의 없다. 13일 아니면 27일이라고 봐야 하는데 스플릿 라운드가 갈리기 전 마지막 경기를 최상의 상태에서 치르고 싶다는 점을 고려하면 13일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또 다른 구단 사장은 "13일로 경기를 옮기나 27일이나 옮기나 주중, 주말로 이어지는 5연전이 만들어지는 것은 똑같다. 9월이면 조금 선선하다고 하지만 더운 기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질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가능하겠는가. 원정을 치르는 상대팀의 사정도 고려해줘야 하는데 '대승적'이라는 말에 모든 것이 묻히는 것 같다. 만약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한 팀이라도 진출했다면 일정 대체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아직 공식적으로 조기 소집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진형 홍보팀장은 "(조기 소집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전달받지 않았다. 일단 공식적으로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경기 일정 변경은 이사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전체 라운드가 옮기는 것이라 이사회 가능성도 있다"며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사실 프로연맹을 강제로 중단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외부로부터도 조기 소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며 "K리그 감독들이 협조 의사를 밝히고 신태용 감독도 일정과 관련해 늘린다면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조기 소집에 대한 이야기가 커졌을 뿐이다"고 항변했다.
이어 "프로연맹에도 구두로 조기 소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한웅수 프로연맹 사무총장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잘 풀릴 문제"라고 했다.
조기 소집이 최종 확정되면 신태용 감독은 자체 훈련이 될 정도의 K리거 선발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해외파가 많이 포함되면 K리거로의 조기 소집은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럽파가 막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K리거들의 중용 가능성은 커진다. 물론 신 감독은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대표팀 소집을) 1주일 앞당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며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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