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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신태용을 제2의 홍명보로 만들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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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편견 극복하며 지도자 경력 쌓아, 무한 신뢰가 필요한 시점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08년 12월 1일, 당시 38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남 일화의 감독 대행이 된 신태용(47) 감독에 대한 시선은 엇갈렸다.

기대감은 컸다. 명문 성남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는 화려한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K리그 총 401경기에 출전, 99골 68도움을 기록한 화려한 경력도 신태용 이름 석자를 더 빛나게 했다. 반면, 15 구단 사령탑들 중 가장 막내인데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기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고치게 된 일화가 있다. 성남은 이듬해 2월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해 눈발이 흩날리던 강원도 속초에 마지막 훈련 캠프를 차리고 상지대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당시 캠프에서 '조이뉴스24' 기자와 만난 신 감독은 "성남에 영원한 주전은 없습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외국인도 팀 안에서는 보통 선수입니다. 자기 잘났다고 하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채찍을 들어야죠"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 덕분에 성남이 자랑하던 공격수 라돈치치와 모따는 공격 전 지역을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뛰어다녔다.

젊은 지도자 신태용은 소통도 화끈했다. 당시 기자와 초면이었던 신 감독은 훈련이 끝난 뒤 목욕탕으로 이동하면서 기자에게 "선수들과 같이 사우나나 합시다"며 알몸(?) 대화를 권했다. 하지만, 기자는 좋은 체격을 가진 선수들과 비교당하기 싫어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실제 20~30분이면 끝날 것 같았던 사우나는 1시간 넘게 걸렸다.

나중에 몇몇 선수들에게 사우나 안의 상황을 물었더니 당시 프로 2년 차로 접어들던 조동건(사간 도스)은 "감독님인지 코치인지 선수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장난도 잘 치시고 말도 편하게 걸어주니 헛갈리더라. 나도 모르게 형처럼 생각해 반말이 나올 것 같아 조심했다"고 말했다. 소위 '형님 리더십'의 출발점이었다.

신 감독은 2009년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성남의 목표는 우승이다"고 14팀을 향해 큰소리쳤다. 우승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 그런 신 감독은 놀랍게도 그해 초반 하위권으로 밀려난 팀을 최종 4위로 올려놓은 뒤 플레이오프에서 퇴장 징계로 관중석에 앉게 되자 '무전기 매직'을 펼치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었다.

전북 현대와의 챔프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큰일을 내는 것 같았지만 2차전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배 최강희 전북 감독이 "감독이 벤치를 비우면 쓰냐"는 말에 "관중석에서 보니 경기를 더 폭넓게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선수단은 선수단대로 춤추게 하고 자신 역시 홍보에 성공했다. 쇼맨십은 K리그 감독 중 최고였다. 그 자체가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과의 소통이었다. 절친인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리스트 심권호의 레슬링복을 입고 람바다를 추고 보리음료 1.5 리터(ℓ) 원샷을 공약하는 등 화제거리를 끊임없이 선사했다.

성적과 재미 모두를 잡고 1년 만에 팀을 바로 잡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위기에서 '소방수'로 등장해 '제대로 할까'라는 의구심을 그만의 리더십으로 완벽하게 돌파에 성공했다. 2010년 2월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에 선임됐고 그해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으로 자신의 능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우승 후 "난 난놈이다"는 표현은 그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2014년 9월 A대표팀 코치로 임시 감독 역할을 맡아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치른 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보좌하며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을 경험했다. 직접 표현한 일은 없지만, 슈틸리케호의 공격 기본 틀은 사실상 신 감독이 구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5년 1월 급성 백혈병에 걸린 고(故) 이광종 감독 대신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2016년 8월 리우 올림픽 8강으로 이끌었다. 2016년 1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안익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맡았다. 2017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본선에 나서 조별예선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의 능력은 검증이 끝난 셈이다.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단지 8년여가 지난 2017년 7월, 신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성인(A)대표팀 감독'이라는 짐을 안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팀을 맡으며 엘리트 지도자로 성장한 신 감독이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잃을지도 모를 독이 든 성배를 과감하게 들었다. 고작 1년이라는 계약 기간, 그것도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바로 임기가 사라지는 최악의 조건이지만 과감하게 수용했다.

이미 한국 축구는 2013년 6월 '영원한 리베로'로 추앙받고 있던 홍명보 전 항저우 뤼청(중국) 감독을 급하게 선임, 1년 만에 불꽃을 태우며 잃은 경험이 있다. 신 감독 선임 뒤 '제2의 홍명보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무척 많았다. 더는 우수한 지도자를 소진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마음의 표현인 셈이다.

앞선 사례와 상관없이 신 감독은 그답게 모험을 순순하게 받아들였다. U-20 월드컵이 끝나고 백수로 지내던 신 감독은 지난달 19일 자택 근처에서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만나서도 "내가 스스로 (A대표팀 감독이나 U-23 감독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지 않은가. 다만 상황을 주면 그것에 맞게 가면 된다"며 화끈한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실제 4일 선임이 된 뒤 신 감독은 축구협회를 통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 소방수라는 역할이 믿고 맡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믿고 맡겨주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축구 인생을 걸었음을 강조했다.

프로팀 성남과 A대표팀은 성격 자체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젊은' 신 감독이 위기 극복의 힘을 지녔다는 점이다.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인 무대도 마련됐다."이란, 우즈벡과 비교해 한국이 한 수 위"라는 신 감독의 심리 무장도 이미 시작됐다. 선수단을 향해서도 "모두 자신감과 사명감이 있다. 서로 힘을 합하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 감독직을 수락했다"며 슈틸리케호 내내 문제로 지적됐던 소통 개선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신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가 뭉쳐 믿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조건이, 현실이 그를 다시 불러냈기 때문이다.

박문성 서울방송(SBS) 해설위원은 "2경기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면 신 감독에게는 팀에 집중하게 하고 불편하고 힘든 일 다수는 축구협회가 감당해야 한다. 많은 박수를 받고 출발하는 신 감독이 아니지 않은가. 남은 기간, 때로는 축구협회가 전면에 나서 이해를 구하며 신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택은 신 감독이 했지만 끌어들인 것은 축구협회라는 불변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표팀을 돕는 기술위원회의 인식이 현실적이면서 이해가 넓다는 점이다. 김호곤 위원장은 "사실 신 감독이 낸 결과가 실패는 아니지 않은가"며 "두 개의 대회를 통해 신 감독이 성장했을 것이다. 실패한 지도자는 왜 안되는가. 실패했던 기억들이 오히려 위기 때 자신을 다잡을 힘이 될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본선 진출 좌절'이라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제는 신 감독에게 찬사 또는 비판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사령탑을 신뢰해야 한다. 대표팀 구성원 모두가 활발한 소통으로 흔들리는 태극호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신 감독은 물론 축구인 모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조이뉴스24 파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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