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황)일수가 정말 열심히 뛰더군요."
대한축구협회 한 전임지도자는 14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을 본 뒤 "황일수나 이근호 등 태극마크에 대한 마음이 깊은 친구들이 정말 절실하게 뛰더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2-3으로 패하며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렇지만, 일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기량도 확인했다. 황일수(제주 유나이티드)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고 이근호(강원FC)는 전반 30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뒤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공격에 활력소가 됐다.
황일수는 A대표팀 첫 선발이었고 이근호는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이후 2년 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위치상으로도 조커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던졌다.
불행하게도 이들의 투혼은 참패에 가려졌다. 모든 비판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집중됐지만, 선수들의 정신력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대표팀 내 복잡한 사정이 있는 듯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지 못해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성용은 지난겨울 200억원의 연봉을 제시한 중국 클럽의 이적 제안을 마다하고 스완지시티에 머물렀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자부심이었다. 국가대표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중국 슈퍼리그로 갈 일은 없다는 뜻이다.
죽기 살기로 뛴 기성용은 골까지 넣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기성용은 "언론의 비판 기사로 선수들이 위축된 부분도 있다"며 주장 입장에서 졸전을 펼친 선수들을 감쌌다. 그렇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진 다수 선수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이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A매치 77회 경력의 이근호는 태극마크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그는 "모두가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안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 간절하고 집중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응집력이 카타르보다 부족했다"며 일갈했다.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시선은 분명 달라졌다. 과거처럼 한국을 쉽게 넘보기 어려운 팀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팀 또는 이길 수 있는 팀으로 위상이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한 골을 내주면 따라붙은 뒤 역전하는 근성도 희미해졌다. 카타르전이 대표적이다. 2-2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점하는 자동문 수비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얻지 못하면 한국 축구에는 암흑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월드컵 불발을 넘어 관련 산업 자체의 붕괴가 우려된다. 선수들이 이런 복합적인 사정을 이해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투혼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유럽 사정에 밝은 한 에이전트는 "월드컵 본선에 나오는 팀 위주로 선수 리포트를 작성해 세일즈한다. 당연히 구단들도 월드컵을 눈여겨본다. 대륙 대회는 아직 유럽, 남미, 아프리카 정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본선에도 나오지 못하는 팀의 선수가 해외 진출을 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중국, 일본 진출도 예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자신을 보여주고 더 높은 곳에서 뛰려면 국제무대에 나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물론 모든 선수가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한다"다는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결기가 필요한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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