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골든 타임'은 지났지만 남은 두 경기를 위해서라도 결단을 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에서 2-3으로 졌다. 4승 1무 3패, 승점 13점에 그친 한국은 조2위를 겨우 유지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즈베키스탄(12점)에는 승점 1점 차이에 불과하다. 카타르전을 이겼다면 4점 차이로 벌어져 조금 여유를 갖고 다음 준비가 가능했다. 그렇지만 패하면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안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축구를 조금씩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차 예선까지는 승승장구했다. 뚜렷한 전술과 대응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있으면서도 소위 '꾸역 승'을 거둬 생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본격 검증이 시작된 최종예선은 달랐다. 그는 과거 코트디부아르, 스위스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 예선을 치르다가 개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 하는 등 큰 경기 대처 능력에 물음표가 붙은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스페인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1-6으로 패한 뒤 엉뚱하게 한국 축구의 환경을 지적하는 등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패배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결국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은 바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홈 1차전에서는 3골을 먼저 넣고도 2실점 하며 3-2로 이겼다. 상대가 언제라도 추격할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시리아와의 중립 원정 2차전에서는 0-0으로 비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라운드 탓, 날씨 탓으로 자신의 전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했다.
하지만, 카타르와의 홈 3-2 승리로 믿음은 더 흔들렸고 이란 원정에서는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0-1로 완패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홈 경기도 선제골을 내준 뒤 2-1로 겨우 이기는 등 논란의 지도력을 보여주면서도 위기를 넘겼다.
경질론이 피어 올랐지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대체할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론을 앞세웠다. 그렇게 해를 넘겼고 지난 3월 중국 원정에서 최종예선 사상 첫 패배라는 아픔을 맛봤다. 이후 시리아에 1-0으로 이겨 한숨 돌렸지만, 경질론은 꺼지지 않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감독이 달랐다. 이번에는 한 감독으로 지속해 대표팀이 갔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내세웠다. 위기에서도 이 소신은 굽혀지지 않았다. 한 번 사람을 활용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정몽규 회장의 용인술도 한 몫했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시리아전이 감독 교체의 골든타임이었다. 그 사이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대표팀을 떠나는 등 지도력 공백이 생겼다. 급하게 정해성 코치를 호출했지만, 카타르전 준비에서 그가 무엇을 보여줬는지는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어려운 이란, 우즈벡전이다. 이란과는 8월 31일 홈에서 싸우고 우즈벡과는 9월 5일 원정에서 만난다. 이란을 이겨야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지고 우즈벡 원정을 떠난다. 카타르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축구협회에 공을 넘겼다.
일정은 촉박하다. 감독을 교체하기에도 여유가 없지만, 더 늦어지면 한국 축구 전체가 궤멸될 위험도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축구계가 상상하지 않은 일이다. 빠른 결단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는 선택의 여지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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