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어리다' '어리니까 괜찮다' 이런 말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한 일본 기자의 말이다. 그는 고개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위의 말을 강조했다.
저연령 세대에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경쟁력을 잃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다는 의미였다.
일리있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U-20 월드컵 출전 그리고 이 연령대에서의 성취가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 대회에서의 성공은 늘 실패와 맞닿아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진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월드컵은 출전 선수들에게 '예비'스타라는 단어를 붙인다. 실제로 이미 스타급 선수들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제 스타' 반열에 오른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나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돈나룸마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이미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스타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 이 대회에서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앞으로 빛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바꿔 말하자자면 지금 이 대회에서 빛나지 않더라도 훗날 빛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장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단 선수 본인의 재능만이 아닌 좋은 지도자, 훌륭한 환경 그리고 약간의 운, 그리고 외부적인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연령대의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의 크기를 예단하기가 조심스럽다.
나란히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여정을 마친 한국과 일본의 기대주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구보 다케후사(FC도쿄 U-23)도 마찬가지다.
1998년생인 이승우와 2001년에 태어난 구보, 각각 19세와 15세에 불과한 이들의 미래를 지금 당장 점치기엔 이들은 너무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다.
혹자는 이승우를 같은 나이대의 손흥민과 비교한다. 19살의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5골을 넣었다. 분명 '센세이셔널'한 활약이었다.
이 때문에 아직 프로에도 데뷔하지 못한 이승우를 두고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신태용 감독도 30일 포르투갈에게 1-3으로 패한 직후 “성장하기 위해선 바르셀로나보다 낮은 팀에서 뛰는 것도 필요하다”고 프로 데뷔에 대한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하기도 했다.
구보 또한 지적을 받는다. 피지컬이 약하다는 것이 비판의 주요 골자다. 구보 스스로도 "상대방의 신장도 그렇지만 압박이 우선 빨랐다"며 체격적인 차이에서 오는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15세의 '신동'은 형님들의 벽을 실감하며 이번 대회에서 한 개의 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런 비교나 지적을 온전히 받아내기엔 이들은 아직 어리다. '프로에도 데뷔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프로에 데뷔하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구보도 그렇다. 15살에 불과한 선수에게 육체적인 열세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 앞서 언급한 성장 가능성에 따라선 한일 양국 축구의 10년 혹은 그 이상을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이승우도, 구보도 이번 대회의 결과에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이들의 앞길은 한없이 창창하고,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룰 게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쉬움 속에 대회를 마감한 이들이 향후 10년 뒤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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