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선 K리그의 신세가 처량하다. 자본을 앞세운 중국과 기술 성숙도를 높인 일본의 공세에 후발주자인 태국과 피지컬을 앞세운 호주까지 사면에서의 압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룡(龍) 중 울산 현대와 FC서울은 26일 나란히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상하이 상강(중국)에 각각 0-4와 2-4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울산은 수비 집중력 상실이 문제였지만 시즌 초부터 제대로 된 공격 조합을 찾지 못한 것이 탈락의 이유로 꼽힌다. 한상운, 코바, 오르샤, 이종호, 김승준을 놓고 다양한 조합을 시험했지만 완벽하게 녹여내지 못했다.
이들의 결정력은 아쉬움 그 자체다. '늑대 축구'에서 '호랑이 축구'로 업그레이드를 표방한 김 감독이지만 개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앞세운 가시마 축구에 당황해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은 초반 3연패가 치명타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울도 울산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데얀 외에는 골을 넣을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 박주영은 부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공격 2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창은 너무도 무뎠다. 윤일록, 이상호 등이 힘을 냈지만 마우링요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또, 수비진의 붕괴로 뒤늦게 황기욱, 황현수 등 23세 이하 선수들을 등용해 땜질했지만 이미 16강 확률이 줄어든 뒤였다.
이제 16강 희망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만 있다. 그렇다고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다. 제주는 최종전을 홈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치르는 것이 위안거리다. 감바 원정에서 4-1로 이긴 경험이 있다.
제주는 2승 1무 2패(승점 7점)로 H조 2위를 달리고 있다. 감바(4점)에 이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미 16강을 확정한 장쑤 쑤닝(중국, 12점)이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5점)를 이겨 준다면 비겨도 16강이 확정이다.
다만, 감바에 비기거나 지고 애들레이드가 장수를 이긴다면 승점 동률 시 승자승 원칙에 따라 3위로 밀린다. 제주는 애들레이드에 상대전적에서 1무 1패로 열세다. 감바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올해 ACL에서 거둔 2승 모두 원정이다. 홈에서는 2패다. 그나마 이창민, 마그노, 멘디, 황일수 등 공격 자원들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H조에서 애들레이드와 함께 가장 많은 10골을 넣었다.
수원은 힘든 여정을 갖는다. G조 2위인 수원(8점)은 1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9점)와 원정에서 만난다. 가와사키(일본, 7점)가 약체 이스턴SC(홍콩, 1점)와 겨루기 때문에 수원은 승리 외에는 답이 없다. 물론 이스턴이 홈에서 가와사키와 1-1로 비기며 첫 승점을 수확하기는 했지만, 원정에서는 이기거나 비긴다는 보장이 없다. 원정에서는 광저우에 0-7, 수원에 0-5로 패했다.
수원의 고민의 역시 공수 불균형이다. 수비가 되면 공격이 터지지 않고 공격이 풀리면 수비가 부실하다. 그나마 조나탄이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하는 것이 위안거리지만 광저우전을 앞두고 제주, 포항 스틸러스, 울산과 3경기를 치른다. 체력 저하를 안고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광저우는 홈 극강이다. 2015년 5월 5일 ACL에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에 0-2로 진 이후 공식 경기 41경기 무패행진(24승 17무)를 기록하고 있다. 광저우도 패하면 상황에 따라 16강 좌절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원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난공불락의 원정에서 수원이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약점 보완을 하고 나서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울산과 싸워 16강 진출을 확정한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는 "경기를 보니까 끈질기고 악착 같은 맛이 없다. 지더라도 후회 없이 경기하고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 구단들이 그렇게 하더라"며 정신력과 승리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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