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달변가다. 정치권에서 쓰는 '스피커(말을 잘해주는 달변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설명이 구체적이다.
해설가 시절엔 플레이에 대한 비판보다 칭찬을 아끼지 않아 팬들에게 '인격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커피믹스를 즐겨마신다는 그의 이미지는 중년배우를 연상케할 정도로 부드럽다.
그런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2013년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서 경질된 지 3년 만의 감독직 복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kt와 그의 지도 철학이 어울릴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뒤섞였다.
시즌 초반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행보는 산뜻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kt이지만 올 시즌 12경기를 소화한 15일 현재 8승(4패)을 기록했다.
비록 14일 벌어진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2-5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리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팀 평균 자책점에서도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kt만의 색깔이 갖춰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분명 kt는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진욱 감독의 부드러운 이미지의 이면에 자리한 지도 철학이 kt를 바꾸고 있다. '원칙에 입각한 지도 철학'이 kt에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LG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란 곧 '잠재력을 끌어내주는 것'이라 정의했다. 김 감독은 "지도라는 것은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미뤄보면 지도자가 그 잠재력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그 잠재력을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다. 또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심리 치료를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가 선수를 지도하려 하면 안된다. 선수도 그 지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지도자'가 '지도'를 하면 안된다는 말은 꽤 의외로 여겨진다.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지도자의 말은 단지 '조언'일 뿐이다. 그 지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수는 결코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조언을 고민해보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
그는 "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대화를 하는 편이지, 선수들을 지도하진 않는다"면서 "모든 것이 그렇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 단지 해답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다. 많은 조언을 듣고 스스로 답을 풀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김 감독의 지도 철학은 어쩌면 kt의 팀 색깔과도 잘 어울린다. 젊은 선수가 그 어느 팀보다 많은 kt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가 무척 중요한 구단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그의 철학이 조금 녹아든 현시점에서 kt는 크게 변한 모습이다. KBO리그에 기분 좋은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감독 특유의 지도 철학이 더 짙게 스며든다면 향후에는 얼마나 큰 꽃을 피울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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