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4년 9월, 표류하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8월 동아시안컵 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으로 8전 전승을 이끌었다.
탄탄대로였고 좋은 점도 많이 보였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 무명에서 신데렐라가 됐다. 아시안컵에서 호주와 이라크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누구든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부실한 수비도 끈끈한 응집력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수준이 더 높은 최종예선에서는 그동안 쌓아왔던 장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최종예선이고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쉽지 않은 상대와 묶여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시리아와 원정에서 비기고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표팀 앞에는 3경기가 남아 있다. 6월 카타르 원정, 8월 말 이란과의 홈 경기,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이다. 단 한 경기라도 패하면 치명타다. 2패를 안고 있는 대표팀이 3패를 하고 본선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
카타르 원정의 경우 슈틸리케 감독이 극찬했던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수비진의 부담이 조금은 줄었다. 그렇지만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인 데다 유럽파는 시즌이 끝난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 컨디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대표팀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극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지난 시간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새 것을 찾는 '온고지신' 정신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이 늘 강조하던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로 동료의 체력 저하를 보완했다. 최종예선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점점 줄었고 시리아전에서는 볼을 받지 않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흐름을 지켜보는 경우도 있었다.
시리아전이 끝난 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현 대표팀의 선참들이 정신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좋은 예다. 구자철은 "나는 대표팀 유니폼의 의미를 선배들로부터 직접 배웠다. 그 기운을 받아서 지금껏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 등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대의명분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해지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측면을 활용하는 플레이도 살아나야 한다. 좌우 풀백들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지만, 양질의 가로지르기가 중앙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풀백 문제는 슈틸리케호가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해당 포지션 자원들의 부침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좀 더 나은 자원으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전방 측면 공격진도 상대의 밀집 수비에 꽁꽁 묶이는 경우가 잦았다. 뻔한 수비인데도 돌파나 공간 파괴가 되지 않았다. 높이 싸움에서 떨어진 리바운드 볼을 얻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밀함을 되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묶어야 한다. 대표팀은 여론의 변화에 민감하다. 십자포화를 맞다가도 찬사를 받는, 순식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다. 적절하게 당근과 채찍을 써먹어야 한다. 중국전 패배 후 시리아전까지 딱히 대표팀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멘트는 드러나지 않았다.
마음을 굳건히 먹고 선수단의 다음을 다잡아줘야 한다.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직전 호주 교민들의 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경험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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