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은 지난주 V리그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아니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
그는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에서 유니폼을 잘못 챙겨오는 실수를 범했다. 원정경기 유니폼을 가져갔어야했는데 홈경기 유니폼을 가방에 넣고 체육관에 나타난 것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만 따진다면 강민웅은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V리그는 유니폼에 대해 로컬룰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시작 전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경기 감독관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원정 유니폼을 나중에 갖고 온다면 경기에 뛰어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강민웅은 경기 전 공식 워밍업 시간과 선수 소개 때는 코트에 나오지 않았다. 규정에 따른 것이다. 원정 유니폼이 체육관에 도착했고 강민웅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1세트 초반 한국전력이 2-4로 대한항공에게 리드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코트로 들어갔다.
문제는 다음에 나왔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강민웅이 유니폼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한국전력 선수들이 착용한 유니폼과 색상은 같지만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강민웅은 반소매가 아닌 어깨가 드러나는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감독관은 박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서고 있던 가운데 경기는 다시 한 번 중단됐다. 심판위원장과 경기위원장이 강민웅이 착용한 유니폼이 KOV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뒤늦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양팀 감독은 항의를 계속했고 코트는 어수선해졌다. 강민웅은 퇴장 조치됐고 점수도 바뀌었다. 14-12에서 14-1로 조정됐다. 이부분은 규정 해석과 적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강민웅 퇴장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당시 경기 주심은 강민웅에게 퇴장에 대한 지시나 벌칙을 주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강민웅은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 감독과 강민웅은 지난 15일 팀 연습을 마친 뒤 따로 자리를 가졌다. 대한항공전이 끝난 뒤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신 감독은 하루 뒤 강민웅을 만났다. 신 감독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강)민웅이에게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봄배구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주전 세터가 흔들리는 상황이나 요인을 최대한 줄여야한다. 그래서 신 감독은 강민웅을 다독였다. 그도 이런 사실을 잘알고 있다.
강민웅은 지난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홈경기에 앞서 "유니폼 사건은 전적으로 내 실수"라며 "지금 돌이켜봐도 왜 유니폼을 착각해서 가져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치른 뒤 남는 아쉬움, 그리고 경기를 압두고 받는 압박감과 순위경쟁에 대한 부분 등이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강민웅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며 "그러지 말자고 스스로도 다짐하고 있는데 잘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주장 자리를 베테랑 센터 윤봉우에게 넘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강민웅도 당시 "확실히 부담을 덜어낸 것 같다"고 했다. 세터가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래서 경기내내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자리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생각이 많다보면 플레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로선수로서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실수를 했다. 이를 만회하는 길은 분명하다. 한국전력이 순위경쟁에서 버텨내고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이다.
그는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전에서 실수는 빨리 잊겠다"며 "소속팀이 봄배구에 반드시 나갈 것이라 믿고 있고 꼭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줘 먈했다.
한국전력은 우리카드와 19일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강민웅은 경기내내 코트에서 뛰었고 99차례 토스를 보내 50회 세트를 성공했다. 세트 성공률은 50.59%로 준수했다. 상대 공격을 두차례나 가로막는 등 경기 흐름에도 영향을 끼쳤다, 만약 한국전력이 우리카드에게 이겼다면 강민웅도 충분히 승리 주역으로 꼽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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