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외국인 3인방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투수 두 명은 최소 18승, 올해 처음 합류한 타자는 3할 타율과 홈런 20개를 넘어섰다.
두산은 일찌감치 이들 3인방을 붙잡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올해보다 올려줘야 한다.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 모두 인상요건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을 단단히 벼르는 니퍼트는 벌써부터 200만 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즌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 지난해 90이닝 투구에 그치며 두산 입단 후 처음으로 받았던 눈치밥의 설움을 훌훌 털었다. 구단과 선수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계약이 당연시되지만 진통은 적잖을 전망이다.
니퍼트는 공식적으로 지난해 150만 달러에서 올해 120만 달러로 금액이 깎였다. 하지만 올 시즌 활약으로 대폭적인 인상요건이 발생했다. 최소 15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야구계 일각에선 금액에서 일정 부분 타협하는 대신 다년 계약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재계약 대상에 오른 외국 선수들은 연봉 계약 때만 되면 에이전트를 통해 일단 장기 계약부터 요구하고 나서는 게 사실"이라며 "니퍼트와는 아직 재계약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협상을 하게 되면 일단 그 쪽의 요구조건부터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 규약상 외국 선수들은 공식적으로 다년 계약이 허용되지 않지만 몇몇 선수들의 경우 과거 다년 계약을 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올해 65만 달러를 받은 보우덴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시즌 18승7패 평균자책점 3.80이란 성적도 돋보이지만 180이닝 투구에 탈삼진 160개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순도가 높다. 볼넷 54개로 구위와 내구성 제구력 모두 돋보였다.
현재로선 최소 80만 달러, 최대 120만달러 사이에서 금액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간 수준인 100만 달러 정도에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에반스 또한 인상요건이 확실한 선수다. 지난 2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당시 "선수도 아니다"는 혹평을 받은 기억도 잠시. 시즌 118경기에서 타율 3할8리 24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오재일, 김재환, 박건우, 양의지와 함께 두산 타선의 또 다른 '판타스틱 4'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연봉 55만달러인 그도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 역시 100만달러 욕심을 부릴 만한 상황인데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선에서 타결이 될지 관심사다.
이들 외국인 3명의 다음 시즌 연봉을 보수적으로 생각해보자. 니퍼트 170만달러, 보우덴, 에반스 각 80만 달러로 상정해봐도 합계 330만달러다. 후하게 잡아 200, 100, 100만 달러로 가정하면 모두 400만 달러다. 요즘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면 이들 3인방에게만 최소 40억에서 최대 5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외국 선수가 단 두 명이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만∼50만 달러면 쓸만한 선수들을 데려갈 수 있었다.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한 구단에선 용병 예산이 한 시즌 10억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KBO리그의 사이즈가 커지고 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외국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두산의 이번 겨울이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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