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감독이 시즌 도중 교체되는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FC서울은 최선을 다했고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서울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만나 우승컵을 놓고 싸웠다. 경기 전까지 승점 67점으로 동률에 다득점에서 뒤진 2위였기 때문에 이기면 우승하는 단순한 공식을 놓고 전북과 최후의 일전을 벌였다.
시즌 초반 서울의 경기력은 최상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신진호의 존재는 큰 힘이었다. 미드필드에서 유기적인 패스가 적재적소로 배급되면서 상대 수비진을 바보로 만드는 골을 많이 만들었다. 데얀이 복귀해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가 완성됐고 이들은 돌아가며 출전해 상대방 골문을 뚫었다.
그러나 고민도 있었다. 신진호가 군입대로 상주 상무로 떠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주세종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최용수 감독이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놓고 장쑤 쑤닝(중국)으로 팀을 옮겼다. 서울로서는 팀 스타일을 단번에 바꿔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포항 사령탑에서 물러나 쉬고 있던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시즌 중 빠른 시간 내에 팀 파악을 하고 자신의 색깔도 입혀야 하니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것은 당연했다.
황 감독은 인내했다. 최 감독이 만들어놓은 플랫3에 기반을 둔 안정형 축구와 함께 플랫4 수비로 전환해 빠른 패싱 축구로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는 데도 애를 썼다. 선수들의 가진 능력이 좋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원하는 팀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선두 독주를 한 1위 전북과 승점차를 좁히기는 어려웠다. 2인자 전략을 유지하며 시즌을 끌고 갔던 서울에 외부적인 영향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9월 30일, 스카우트 A씨가 '심판 매수' 파문을 일으킨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원 징계가 내려졌다.
이로써 전북과 서울의 승점 차는 14점에서 5점으로 좁혀졌다. 전북이 33경기 무패행진이 깨지며 흔들린 사이 서울은 착실하게 자기만의 경기를 하며 승점차를 좁혀갔고 동률로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날 최종전에서 전북과 맞대결을 통해 우승을 가리게 됐다.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뒤진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우승할 수 있었다.
전북에는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을 포함해 5번 맞붙어 1승 4패로 밀리고 있었다. 절대 열세였지만 서울에는 챔피언스리그 2차전서 승리한 경기가 힌트였다. 2-1로 이길 당시 서울은 수비의 힘으로 전북을 압박하며 두 골을 넣고 이겼다.
황선홍 감독은 이날 신인 윤승원을 선발로 내보내는 등 모험을 했다. 황 감독은 "큰 경기는 아니다. 리그 한 경기다. 본인에게 물어보니 흔쾌히 나가겠다더라"라며 우승 결정전에 젊은피의 패기를 믿는 과감함을 보였다. 윤승원은 전반 36분 박주영과 교체됐지만 가진 기량은 충분히 보여주고 벤치로 물러났다.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후반 13분 우승을 결정짓는 천금의 골로 황 감독의 선수기용술을 눈부시게 빛내줬다.
황 감독은 지난 2013년처럼 시즌 최종전 승리를 통한 극적인 우승을 다시 한 번 일궈냈다. 2013년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시절 울산 현대와의 최종전에서 승점 2점 뒤진 상황에서 종료 직전 김원일의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던 황 감독이다. 어떻게 우승을 하는지 알고 있었던 황 감독은 전북의 조급증을 유도하는 전술로 버티면서 한 방으로 우승컵을 품으로 끌어왔다.
어려운 마지막 승부를 멋지게 마무리하며 정상에서 포효한 서울과 황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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