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마이클 보우덴(30, 두산 베어스)의 노히터 기록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겨울 입단 직후 "저게 무슨 투수냐"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기억도 잠시. 그는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승승장구했고, 마침내 KBO리그 통산 13번째 노히터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6월의 마지막 날인 전날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 동안 사사구 2개만 허용하며 무안타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노히터 산실' 잠실
우선 주목할 점은 경기 장소다. 최근 3차례 노히터 기록이 모두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1993년 김태원(당시 LG)까지 4차례가 '잠실 노히터'였다. 아무래도 경기장이 크고 외야가 광활해 큰 타구를 쉽게 맞지 않는다. 여기에 그릇(보울) 형인 잠실구장 스탠드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배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보운덴도 잠실 마운드에만 서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평가다.
◆노히터만큼 기쁜 시즌 10승
노히터에 가려졌지만 보우덴은 이날 두자리 수 승리를 달성했다. 올스타 휴식기 전에 10승을 거두며 올 시즌 다승왕 레이스를 후끈 달궜다. 30일 현재 신재영(넥센)과 함께 1승 뒤진 다승 공동 2위다. 탈삼진(88) 공동 1위에 평균자책점(3.34) 3위를 마크하고 있다. 투수 평가의 가장 효과적인 지표로 꼽히는 WHIP(1.14)는 전체 1위다. KBO리그 합류 첫 해 그는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연봉 65만달러인 보우덴은 자신보다 2배 가까이 받는 팀동료 니퍼트(120만달러)보다 효율성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강인권·양의지, 또 다른 ;노히터 사나이;
또 다른 노히터의 주인공도 있다. 보우덴의 직접적인 파트너인 양의지는 지난해 쿠바 출신 유네스키 마야와 짝을 이뤄 역대 12번째 노히터를 일구어냈다. 보우덴의 13호까지 책임지며 그는 2년 연속 '노히터 포수'로 이름을 남겼다. 양의지의 볼배합 및 경기 운영을 지시하는 강인권 배터리 코치도 '노히터 사나이'다. 마야와 보우덴의 노히터 당시 투·포수 호흡을 직접 관장한 그는 NC 소속이던 2014년 찰리 쉬렉의 노히터 당시 배터리 코치로 경기를 지켜봤다. 한화 포수 시절인 1997년 대전 OB전에서 정민철과 호흡을 맞춰 노히터를 이룬 그는 2000년에도 송진우의 '배터리 메이트'로 노히터를 합작했다. 역대 9번째부터 13번째 노히터까지 빠지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다.
◆마야와 다를까
불길한 징조도 있다. 지난해 4월9일 잠실 넥센전에서 노히터를 기록한 마야는 이후 급격한 성적의 하락을 경험한 뒤 중도 퇴출됐다. "노히터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느라 후유증이 컸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마야는 공 136개를 전력투구했다. 보우덴의 이날 투구수는 139개. 역대 최다 투구수 노히터였다.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두산은 선발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다. 보우덴의 몸상태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 휴식을 줄 수 있다.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1981년생인 마야와 달리 보우덴은 5살이나 젊다. 시즌 중반 들어 체력과 구위 하락을 동시에 경험한 마야와 달리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더구나 마야의 경우 등록된 나이와 실제 나이가 차이 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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