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퍼펙트 행진 중인 선발투수가 스스로 교체를 요청한 흔치 않은 일이 목격됐다.
21일 잠실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한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는 6회까지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탈삼진 7개를 잡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와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투구수도 77개로 적당해 대기록 수립에 대한 기대감이 은근히 감돌았다.
그런데 11-0으로 크게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인물은 그가 아니었다. 한용덕 투수코치가 심판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뒤 전달한 인물은 좌완 이현호. 잠실구장 기자실은 술렁거렸다. 완벽한 투구를 펼치던 선발투수가 갑자기 교체된 이유를 모두가 궁금해 했다. 특별한 부상이 아니라면 교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파악을 위해 두산 덕아웃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니퍼트는 경기 전부터 감기증세가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6이닝을 던지고 난 뒤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본인이 코칭스태프에 교체를 자청했다."
좋지 않은 몸상태로 역투를 거듭하자 체력에 한계를 느꼈고, 그 결과 스스로 경기에서 물러나겠다고 요청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교체 당시 스코어는 11-0으로 두산이 크게 앞서 있었다. 어차피 기운 경기인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는 선수 본인의 판단이었다. 다소 황당하게 깨진 퍼펙트 투구였지만 선수 본인이 스스로 요청한 교체였다는 점에서 누구도 불만을 가질 상황은 아니었다.
경기는 두산이 12-1로 무난히 승리했고, 니퍼트는 시즌 10승(2패) 째를 어렵지 않게 챙겼다. 니퍼트는 다승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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